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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열전 - 저항의 도시공간 뉴욕 이야기 ㅣ 아우또노미아총서 25
이와사부로 코소 지음, 김향수 옮김 / 갈무리 / 2010년 11월
평점 :
이 책 앞머리에는 19세기 세계의 수도가 파리였다면 20세기 세계의 수도는 뉴욕이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수도라는 표현에 걸맞게 뉴욕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경제, 문화, 사회의 중심일 것이다. ‘뉴욕열전’은 1980, 90년대를 배경으로 지금 세계의 수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복잡한 도시 안에서 벌어졌던 투쟁을 다루는 책이다. 그 투쟁은 지금 뉴욕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걸맞게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벌어졌었다.
저자인 이와사부로 코소는 일본인이면서 80, 90년대 뉴욕 안에서 벌어졌던 투쟁의 중심 혹은 관찰자의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이 책을 미국인이 아닌 일본인이 서술했다는 것 자체가 뉴욕이 가지고 있는 다중적인 성격, 도시의 복잡성을 나타내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것을 뉴욕이라는 도시의 관용으로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피부색도 다른 일본인이 도시 운동의 한 일원으로 스며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저자는 뉴욕의 도시 투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도시 개발에서 시작된 것으로 묘사한다. 우리에겐 다소 낯선 용어일 수 있지만 지금 서울을 휩쓸고 있는 도시 개발과 거주민의 저항의 운동이 뉴욕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과 중첩된다. 90년대 뉴욕의 줄리아니 시장이 재임하면서 도시 개발업자, 부동산업자, 건설업자들과 공모하여 뉴욕의 원거주민(대부분이 해외에서 온 노동자인)을 몰아내고 맨하튼을 전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지역으로 변모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거주지는 카페나 문화공간 등을 거치면서 결국 땅값이 상승했고 중상류층을 위한 고급 거주지이자 투기의 대상으로 변모해갔다. 물론 그 개발 이익은 소수의 몇몇 개발업자들에게만 돌아갔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금은 펑크 그룹 공연장과 진 아카이브로 유명한 ABC No Rio이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생겨난 단체이다. 물론 이러한 투쟁이 항상 성공적이진 않았다. 경찰의 강압적인 진압과 뉴욕 중상류층들의 전폭적인 지원 안에서 투쟁은 쉽게 무력화될 수도 있었다.
사실 이 책의 미덕은 도시 거주민 투쟁이 어떻게 젠더, 인종, 에이즈 인권 액티비스트 그리고 예술가들과 결합되면서 뉴욕의 고유한 도시 운동으로 형성되었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들뢰즈와 네그리, 아나키즘 등을 끌어들이며 실재 사건과 이론적인 담론을 중첩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 작업은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 책을 고르게 관통하고 있는 이론적 논의들은 왜 액티비스트들이 자신의 활동에 대해 자기 성찰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6 Beaver & Sangdon Kim, 2006, "Between Us", workshop at Pyeongtaek, IAS, Seoul, ⓒIAS, ARKO
특히 이들의 투쟁이 예술가들과 만나면서 그 투쟁의 양상은 더욱 다양해진다. 대표적인 예술 콜렉티브로 여겨지는 16 Beaver처럼 도시를 배경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집단들이 어떤 맥락 안에서 출발했고 어떠한 동기와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 책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사실 이 책을 80, 90년대 뉴욕 이야기로만 읽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용산 참사로 대표되는 비극적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2010년 서울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투쟁을 위한 가장 적절한 도구로 이 책은 전혀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