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Incep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정말 달콤한 꿈을 꾼 적이 있었어.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뤄졌지. 그런데 갑자기 눈이 떠진 거야. 아, 이게 다 꿈이었구나. 나도 모르게 막 짜증이 났어. 눈을 감으면 다시 꿈을 꿀 수 있을까. 그렇게 눈을 감고 한참을 있었지만, 그럴수록 의식은 점점 더 또렷해졌어.
 
만약 꿈 속으로 언제든 들어갈 수 있었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난 꿈 속 여행을 뿌리치지 못할 것 같아. 꿈에서는 현실에서의 아픔을 잊을 수 있으니까.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껏 부를 수 있으니까. 꿈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현실 도피라고 욕해서는 안돼. 그들에게 꿈은 현실보다 훨씬 의미있는 공간일지도 몰라.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와 친구들은 다른 사람의 무의식에 들어가 생각을 조종해. 정치적인 혹은 사업적인 의도로 이용돼지. 무의식 세계에서도 현실 세계처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 그래서 대상자는 자신이 깨어있고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믿게 돼. 하지만 그곳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존재들이 함께 있어. 의식을 억눌러왔던 존재들, 때론 나를 공격해오던 존재들,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존재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활보하고 다니지.
 
코브는 그 무의식 속에서 또 하나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꿈을 꾸는 자의 꿈 속에서 다시 꿈을 꾸는 거지. 굉장히 복잡한 꿈 속 미로를 설계하는 거야. 대상자의 무의식적 방어 존재들이 따라 올수 없을 만큼 견고한. 그렇게 무의식 저 깊숙한 곳까지 내려가 중요한 '그것'을 심어놓는 거지. 생각을 바꾸는 거야. 자신이 원래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것처럼. 어느 날 문득 불현듯 찾아온 생각인 것처럼. 그걸 '인셉션'이라 해, 이 영화 제목. 
 
'다른 사람의 무의식에 들어가 생각을 심다' 위험한 발상이지만, 굉장히 매혹적인 일이야. 근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어. 꿈 속 여행을 한번 맛 본 사람이라면 그 유혹을 쉽게 부리칠 수 없다는 거지. 꿈 속에서는 죽은 아내가 살아 돌아오고, 어릴 적 추억이 훼손되지 않은 채 머물러 있으니까. 어느새 현실보다 꿈을 갈망하게 돼. 꿈이 현실보다 더 의미있는 공간이 되는 순간, 무의식 속에 갇혀 버려.
 
꿈? 현실? 공상과 망상에 사로잡혀 현실 지각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정신이상자'라고 하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근데 꿈과 현실의 경계가 뭘까? 우리가 느낄 수 없는 어떤 무의식 저편에 그들의 '현실'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들은 '현실 지각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다른 현실에서 사는' 사람일지 몰라.     
 
아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코브는 그 무의식에 맞서서 싸워 이겼을까? 사랑하는 아내가 떠돌고 있는 무의식 저 깊숙한 곳에서 빠져 나왔을까?
 
코브의 토템이 돌다가 쓰러지면 현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던데, 영화에서는 코브의 토템이 쓰러지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아. 토템은 계속 돌고 있지. 코브가 과연 현실로 돌아왔을까? 영화는 관객 스스로 결말을 내라고 말하는 것 같애. 나? 난 코브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쪽. 코브야, 사랑하는 아내를 놓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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