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여행자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예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 당신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요?

   문득,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낯선 사람들, 익숙하지 않은 거리 냄새,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를 불안감과 긴장감.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이유로 여행을 가까이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동일한 이유로 여행을 멀리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메이컨은 여행안내서를 집필하는 일을 하지만, 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여행을 싫어 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그 일을 받아들이지요. 그 만의 방식으로요.   
 

   
 

 -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피하려면 항상 책을 소지할 것. 잡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집에서 가져온 신문은 향수병을 일으키고, 다른 지방의 신문은 낯선 곳에 와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 양복은 중간 회색이어야 한다. 회색은 때가 잘 타지 않을 뿐 아니라, 갑작스럽게 장례식이나 격식 갖춘 행사에 참석할 때 적당하다. 동시에 일상복으로 입기에도 무겁지 않다.

 
   


     메이컨이 쓰는 것은 여행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이것은 낯선 곳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우왕좌왕 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이들에게 여행은 일상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일 뿐이지요.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곳, 그래서 뭔가가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구하거나 찾아 헤매야 하는 곳, 벗도 가족도 멀리 떨어져 있는 그런 곳. 그래서 메이컨은 최대한 자신의 방식을 무너뜨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 헤맵니다.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한 서비스에 후회하지 않도록, 무심코 먹은 서비스 음식에 배탈이 나지 않도록, 그리고 실수 없이 최단 거리로 여행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요.  
 
- 인생을 위한 안내서가 있다면?
   
   그는 우연히 겪을 지도 모를 불편함에 대비합니다. 그게 그의 방식이니까요.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지도 모릅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일들에 당황해서 비틀거릴 까봐 우리는 전전긍긍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하고, 익숙한 습관과 믿음만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사람의 성공담이 인생의 틀인 것처럼 그대로 보고 배우려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생이, 정말 그렇게 예정된 대로 돌아갔나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할까요? 안내서 따위에는 나오지도 않을, 그 어떤 유명인도 처세술에도 써놓지 않은 그런 일이 닥치면요. 가령, 캠프를 간 일곱 살짜리 어린 아들이 강도의 총에 맞아 죽어서 돌아온다면요.

   그 남자, 메이컨과 아내 세라는 어느 날 갑자기, 이 엄청난 일을 맞닿게 됩니다.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청천벽력 같은 일이지요. 하지만, 메이컨은 이 주체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도 자신을 사람들 앞에 노출시키려 하지 않습니다. 큰소리를 내어 울거나 돌아오게 해달라고 떼를 쓰지 않았지요. 대신 그는 이던의 물건을 하루빨리 처분하고, 아이가 없어서 좋은 점들을 생각했습니다. 세라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냉정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메이컨이 슬픔을 이겨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자신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안락함을 깨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적어도 그는 그렇다고 믿었지요. 하지만, 세라에게 남편 메이컨의 이런 태도는 충격적이었고, 그녀는 결국 이혼을 요구합니다.   


- 우리는 험한 세상을 여행하는 우연한 여행자   

   아내와의 별거는 메이컨에게 혼란을 주었지요. 손톱 끝까지 박혀있는 엄중한 일상의 질서가 깨지는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메이컨에게 어느 날 뮤리엘이라는 여자가 찾아옵니다. ‘기타등등’을 ‘키타등등’으로 말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엉뚱하고 유쾌한 뮤리엘은 메이컨에게 자신의 일상을 들이밉니다. 전 남편에게 버림받은 상처와 안쓰러울 정도로 약해 보이는 아들 알렉산더와 남의 일에 참견 잘하고 어수선한 그녀의 가족과 이웃들. 메이컨은 뮤리엘의 일상에 들어가 그의 삶과는 전혀 닮지 않은 이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씩 자신을 보게 됩니다. 

   메이컨은 처음부터 선뜻 그녀를 받아들일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인생에 뮤리엘을 끼워주기에, 그들은 너무나도 달랐으니까요. 계획없이 되는대로 사는 그녀를 받아 들이려면 메이컨 자신의 질서정연한 일상이 흐트러질 테니까요. 하지만, 메이컨은 결국 그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불편한 선택을 합니다. 그는 세라가 아닌, 뮤리엘을 택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왜 그는 자신의 보금자리라고 믿어왔던 그곳을 벗어나면서까지, 삶이 불편해질지 모르는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그는 세라를 떠나면서 말합니다. 고통을 없애기 위해 약을 먹고 몽롱하게 버티느니, 불편함을 견디면서 일상에 깨어있고 싶다고. 

  메이컨은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보고 싶었을 겁니다. 인생에는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정해진 길대로만 가면 재미도 없고요. 느닷없는 사건에 당황하고 비틀거리지만, 그런게 우리 인생의 길을 더욱 풍성하게 하리란걸 아니까요. 인생이 옳고 그름을 구분해야하는, 정해진 규칙과 예정된 시간표가 있는 것이었다면, 정말 심심했을꺼예요. 낯선 타국을 여행하듯이, 가끔 잘못된 길에 들어 쩔쩔매다가도 어느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노다지'를 발견하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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