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le 2006-09-26  

to drink or not
삶이 나른해요. 일상이 나른한 건데 삶이 나른하다고 써놓고 저는 흡족해하고 있어요. 오늘은 냉장고에 한 병 남은 와인을 딸까말까 고민중이에요. 술을 마시면 견딜 수 없이 쓸쓸해질 것 같아 망설이고 있는 거죠. 카이레님께서 말씀하신 그 어떤 분에 대한 평가는 당신이 옳았어요. 그러니까 저는 괜한 질투심에,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당신이 가치를 찾아낸 데에 대한 본능적인 반발심이거나 무조건 부정하고 보는 어줍잖고 얄팍한 시선으로 함부로 말을 던져놓은 거예요.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을 읽고 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잘 어울리는 책인듯 해요. 프로이트 씨의 점잖은 글쓰기를 제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는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차분해요. 그는 도무지 젊었을 것 같지 않아요. 아참, 나 어떤 아이에게 굉장한 찬사를 받았어요. 주말 동안에 사고가 있어서 아이의 부모를 포함해서 모두들 당황해 있는 와중에 제가 아이에게 이러저러한 말들을 해 주었는데 그 계집아이가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눈물을 훔치고는 영리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그렇게 물었어요.5살 짜리 안경 낀 계집아이가요. 그런데, 언니는 몇 살이에요? 음. 왜 그 아이의 그 말이 굉장한 찬사라고 느꼈는지 잘 설명할 수가 없네요. 곧 퇴근시간이죠. 전 프로이드 씨의 글을 딱 두 챕터만 더 읽고 와인을 마실지 말지 결정하면 되겠네요.
 
 
chaire 2006-09-2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일상이 나른한 건데 삶이 나른하다고 써놓고는 흡족"해하는, 다소 뻐팅기는 쥴 님이 좋아요. 그게, 남들을 따라 할 수 없는 당신의 매력이거든요. 뭐, 물론 그 매력 말고도, 더 농염한 매력들을 억수로 갖고 계시지만! 게다가, 프로이트 씨 같은 분을 좋아하시니, 원, 나, 참,....^^

그 어떤 분에 대한 당신의 평가도 부분적으로는 옳을지 몰라요. 우리는 단지, 부분적인 정과 부분적인 반이 엉켜서 또 하나의 부분적인 합을 도출해낼 뿐이죠. 사는 것, 사유하는 것, 그게 다 그런 거죠. 어쨌든, 매력적인 사람들, 질투나는 사람들, 참 많단 말이죠, 흥!

아이의 말이 왜 찬사인지, 설명 안 해도 충분히 납득돼요. 저도 설렜을 거 같아요.

chaire 2006-09-26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퇴근시간입니다. 저는 방금, The invitation, 이란 단어를 만나 잠시, 이 말, 참 행복한 말이네, 새삼 느꼈다죠. 그런 한편, 나, 이런 거 받아본 적 있던가, 고개를 갸웃. 청첩장 말고는 없었던 거 같아서, 역시 내 인생은 텁텁하단 말이지, 하고 상심... 이런 식으로 잡생각 한번, 알라딘 구경 한번, 화장실 한번, 담배 한번, 앉았다 일어났다, 더워더워 하고 말하기를 반복하니, 퇵은! 참 좋은 일상이지요?

저는 노래방엘 갈까, 말까 생각 중이에요. 가을은 이문세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는 계절, 이거든요. 어제 연애시대 오에스티를 듣다가 거기 나온, 무지하게 어려운 주제곡에도 도전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으니, 그것도 덤으로...

chaire 2006-09-26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저도 오늘 어느 곳에서 가격 대비 훌륭하는 와인을 하나 발견했어요. 그것이 모냐면, 바로 이 발띠지 와인이랍죠. 마트에서 9,900원이래요. 간혹 매우 거칠어서 우리를 난국에 빠뜨리는 까베르네 품종이지만.

(그림을 넣고 싶지만, 여기에는 안 넣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