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le 2006-05-19  

아리스토파네스
서재 소개에 올려두신 글 볼 때마다 웃음이 나요. 노인양반 능청스럽기도 하시지. 이 집에서는 빗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하수구 구멍으로 흘러내리는 물소리로 대개는 비가 오는 것을 다만 짐작할 따름이죠. 그래도 누군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전해주면 부끄럽고 쑥스럽고 그래요. 꼭 내 마음이 들켜버린 것 같아서. 비가 오면 참 좋았어요. 그래요. 지금은 다만 비가 오는 게 좋았다고 쓸 수 있을 뿐이에요. 그러나 다음에는 비가 오면 그 느낌이 어떠한 지 나는 더 많은 문장을 쓸 수 있기를 바래요. 안녕히 주무세요. 좋은 꿈 속으로 핑! 날아오르기를 바라구요.
 
 
chaire 2006-05-19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보세요. 통했군요. 비록 나의 서재 대문 말을 보고 비웃음과 코웃음을 보내는 당신이지만, 방금 전 귀갓길에 아가씰 떠올렸거든요. 실은요, 오늘 당신과 와인을 함께했던 그 장소에, 본의아니게 가게 되었고, 가서 함께한 사람들과 기쁘게 맥주를 마셨는데 불현듯 쥴님의 환영이 보이드라구요. 그리고 생각했죠. 그날 우리가 앉은 자리가 명당이었어. 오늘 앉은 자리는 좀 어정쩡한 자리였거든요. 오늘은, 존 레논과 밥 말리를 들었다죠. 역시 그곳은 하드락보다는, 철학적인 곡조가 어울리는군 하면서... 무려 맥주 열한병을!, 넷이서 먹구 집으로 돌아오는데, 쥴님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다행히 잘 참고, 알라딘에

chaire 2006-05-19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컴플레인 할 게 있어서 들어왔다가 당신의 글을 보았습니다. 아, 반가워요. 그래도 제발, 나의 마음을 담은 아리스토파네스는 욕하지 말아줘요. 아, 저요? 지금 맥주 댓병 마시고 잠들기 직전, 되겠습니다. 잘 자요.

chaire 2006-05-19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지난번에 쓴 서재대문 잊으셨나요? 더 많은 문장을 쓸 수 있기를 바라서 무엇하게요? 다 허무한 짓입니다. 당신의 마음 속에 가득찬 언어들을 그 어떤 문자가 표현할 수 있겠어요?

Joule 2006-05-19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그러나 비트겐슈타인 오빠가 그랬단 말이에요. 말할 수 없는 것을 경계짓기 위해서라도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해야 한다,라고 했던가. 긁적긁적. 빗소리를 들으며 팔자좋게 11시까지 누워서 일어나지 않았어요, 이부자리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오로지 어설픈 꿈의 가장자리를 배회하는 게 너무 달콤해서요. 가끔 꿈에서 저는 몇 달 동안 추지 못했던 춤을 나답지 않게 근사하게 추어내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뜻밖의 문자메세지를 받기도 하고, 근사한 밥상을 앞에 두고 입맛을 쩝쩝 다시기도 해요. 인터넷기사의 방문해도 되겠느냐는 전화만 아니었어도 저는 오늘 하루종일 도무지 일어날 수 없었을 거예요.

Joule 2006-05-19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일어나고 보니 슬금 미안해지기도 하네요. 누군가는 바지에 찰박찰박 빗물 튕겨가며 출근버스에 지하철에 올라탔을텐데. 정말 솔직하게 나, 요즘은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생각을 정말 너무 많이 해서 머리에 쥐내린 것 같다는 표현을 요즘에 쓰고 싶을 만큼. 그러면서 니체를 붙들고 있는 건 아이러니지요.

chaire 2006-05-1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에는 아직도 비가 내리지 않고 있어요. 내릴 듯 내릴 듯 내리지 않는 건 무슨 고약함인지, 이렇게 비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남부 쪽에선 비 피해 얘기도 들리는 거 같고 해서...
어제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오늘은 얼빵하게 넋이 나간 하루를 보냈네요. 시간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빠른 속도로 제 길을 가고, 덕분에 어느새 귀가 시간이 가까워옵니다. 쥴 님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머리에 쥐가 내리고, 카이레는 생각을 너무 안 해서 엉덩이에 쥐가 내리고 있군요. 과연 어느 것이 더 비극일까요?

Joule 2006-05-1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워야 비로소 비울 수 있는 거겠죠. 비워야 다시 채워넣을 수 있는 거구요. 달지 만은 않은 달고나 커피를 마시며 카이레님은 다시 채워넣기 위해 비우고 있는 중이고, 저는 언젠가 비워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바지런히 채워넣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을 거예요, 아마.

(여보세요, 랄지 아가씨, 랄지. 깜짝 놀랐어요. 환청처럼 그 단어들이 카이레님의 음색과 억양을 고스란히 실고 귓전에서 울려서요. 카이레님이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 할 때 툭 던지는 저 짧은 단어들이 얼마다 카이레한지 잘 모르실거예요.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환청을 유발할 만큼.)

Joule 2006-05-19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고,가 아니고 싣고,라고 해야 맞는 거죠. 방명록 댓글은 수정이 안되어서 수정하려면 삭제하고 다시 써야 해요. ㅡㅡ'

chaire 2006-05-2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젯밤에는, 때아닌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그저께 맥주를 마셨기 때문에 나의 생활원칙상 어저께는 참았어야 했는데, 딱 한 병쯤 괜찮겠지 하고 단짝친구랑 나는 한 병, 그녀는 두 병, 그렇게 마셨거든요. 종로의 꽤 괜찮은 음악바에서.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가수들의 음색이 무척 부드러웠기 땜에 앉아 있다 보니 서글퍼지더군요. 우리들은 모범생활인들, 하여 일곱시에 들어간 그곳에서 아홉시 오분 전에 나왔어요. 그랬는데, 집에 들어갈 때까지는 몸이 아주 피로했는데, 그래서 세수도 안 하고 침대에 드러눴는데, 잠이, 안 오는 거예요. 평소에는 좀처럼 없던 일이죠. 뿐만 아니라,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ㅇ

chaire 2006-05-2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는데 아마 악몽 아니면 가위눌림이었던 거 같아요. 꿈에서 탈출하고 싶었는데 잘 되지 않고 고약한 장면들이 눈앞을 스쳐가더니, 급기야는, (아, 이런 얘기 해도 되려나?) 내 몸을 먹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나인 거 같더군요. 너무나 끔찍하고 두려워서 입을 벌려 소리를 지르려 해도 소리는 발화되지 않고, 가슴을 쥐어뜯는 심정으로 가까스로 일부러 억지로 소리를 뱉었어요. 그래야만 이 지옥 같은 꿈에서 깰 수 있으리라 싶어서.

꿈에서 깨는 순간, 눈을 뜨면 악마가 내 앞에 있지 않을까 무서웠는데, 다행히 익숙한 제 방이더군요. 왜 이런 가위눌림을 당하나, 심장이 안 좋아졌나,... 잠시 엄마 방에 갔다가, 그 옆에

chaire 2006-05-20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웠다가, 다시 제 방으로 와서는 존 레논을 크게 틀어놓고 다시 잠을 청했어요. 새벽 한시? 어쩌면 자정을 겨우 넘긴 시간? 암튼, 음악을 켜놓고 자지 않은 탓에 악몽이 끼여든 것처럼 느껴져서 말이죠. 이런 얘기 왜 하는지 알죠?

위로받고 싶어서.
(방금 전 엄마와 언니와 언니 친구 앞에서, 잘난척하며 악을 썼어요. 내 말이 그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 듯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지르고 악을 쓰고 나니,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을 찾게 되는군요. 내가 아무리 옳아도, 분노로 그것을 증명하면 절반이 아닌 완전한 실패라는 걸 깨닫습니다. 아, 후회해도 이미 늦었지만. 어쩌면 이 분노는 핑계일지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