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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진단 - 병원에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의학 지식!
길버트 웰치 지음, 홍영준 옮김 / 진성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미국 현지에서는 작년 1월에 출간된 책 '과잉진단'이 1년 반만에 원자력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홍영준 교수님의 주옥같은 번역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과잉진단'하면 한국인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아마 외국에서는 감기에 걸리면 일단 따뜻한 차 마시고 쉬라고 한다는데 한국에서는 독한 감기약을 준다느니, 그 외에 병원이 의료수가 적자를 벌충하기 위해 비싼 사전 선별검사와 조기진료를 유도한다는 음모론적인 인식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잉진단'은 사실 그런 내용의 책은 아니고요, 냉정히 말해서 가벼운 건강상식 도서로 모든 일반인이 편하게 공감할 수 있는 쉬운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첨단 의학의 문명의 이기가 극에 달한 번영 사회인 미국에서 유방암, 갑상선암, 전립선암 등에 대해 암으로 진행되지 않을 종양까지 무리하게 조기 진단하고, 실제로 나중에 진단했을 때보다 치료 효과나 기대 수명이 늘어나지도 않는데 막연한 공포로 환자로 고생하는 시간만 늘어나는 예민한 현실에 대해 조심스럽게 문제제기를 하는 내용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위험한 병이라는 건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고 그러한 검사 결과가 나왔다면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약간 통통하거나 약간 정상보다 혈압이 높거나 약간 정상보다 혈당이 높은 경우까지 무리해서 당장 정상으로 만들기 위해 강력한 약물 치료를 하는 경우는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지만 점점 미국 진단검사의학에서 환자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건강한 회의론을 제안하는 것이죠.
그러니, 아픈데도 병원 가지 말고 민간요법 찾으라는 책이 절대로 아닙니다. 이 사실을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서 여러 번 강조하고 있어요. 그리고 폐암이나 췌장암처럼 증상이 없을 때 조기진단해야 생존할 수 있는 병까지 방치하라는 이야기도 절대로 아니라고 합니다.
이 사회에 분명 필요한 건강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오해되기도 쉬워서 우려되는 책 '과잉진단(Overdiagnosed: Making People Sick in the Pursuit of Health)'. 부디 이 책 엉터리로 읽고 오해해서 아픈데 참으라고 강요하거나 병원에 보내지 않는 쓰레기 부모는 절대로 없길 바랍니다. 현대 사회의 첨예한 문제에 대해 지적 고민을 기꺼히 해나갈 수 있는 분들에게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리뷰는 식도락 여행가 스테레오로거 블로그에 전문이 발행되었습니다 http://stereologuer.com/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