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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 빌려온 호밀밭의 파수꾼을 단숨...은 아니지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권보다는 훨씬 빨리;; 읽고 돌려주러 들어간 도서관에서 비둘기랑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나왔다. 아.....비둘기 보는 내내 얼마나 찜찜했던지 처음엔 이렇게 끔찍한 인생이 있을꼬. 내내 착찹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좀머씨를 읽을 때는 무지해서 '어머, 이렇게 끔찍하게 사는 사람도 있네' 했었으니; 별다른 고민에 사로잡힐 일도 없었으나, 비둘기를 읽는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참 쓸데없이 별것도 아닌것에 집착하고 난리래..하면서 반쯤 화를 내며 언제까지 그러나 보자고 버적버적 책장을 넘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창가에 두고온 영어 책 생각이 번쩍 들었다. 내 책도 아닌, 지나는 길에 자리에 놓아달라며 부탁받은 친구가 다시 내게 부탁한 친구의 친구 책. 난 분명 그 친구의 친구 자리에 놓아두고 유유히 그 곳을 빠져나왔는데, 근데 새삼스럽게 지금 그 책이 생각 난 이유는... 그 책의 행방이 갑작스레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과연 그곳에 남아 있을까? 누가 훔쳐가진 않았을까?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넣어두고 왔어야 하는건데.. 만일 그 책이 없어졌다면 그친구의 친구는 처음에 맡긴 친구에게 물어보겠지? 그리고 그 친구는 다시 내게 묻겠지? 그럼 난 분명 가져다 놓았다고 말할텐데 그렇게 말한다해도 증인이 필요해.. 내가 가져다 놓는 걸 본 사람이 있었는데, 아! 그래 은영이! 은영이가 그 방에 있었어. 그 애가 내가 책을 가져다 놓는 걸 분명 봤을꺼야. 그래 그 애에게 물어보라고.
설마 내게 그 책값을 물어내라고 하진 않겠지? 난 그저 부탁 받았을 뿐이고 난 그 친구의 수고를 덜어주었을 뿐 난 잘못한 게 없다구. 그래도 내게 물어달라 그러면 어쩌지? 그럼 그냥 물어줘 버릴까. 그래 내가 서랍에 넣었어야 했는데 집어 넣지 않은 내 책임이 크니 물어줄께. 그 책값이 얼마였더라..만원? 아..만원. 예전에 난 그 만원을 아끼려고 그 책을 사지 않았었어. 그렇게 몇달을 근근히 남의 책을 빌려보며 지내왔던거지. 근데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남을 도와주려고 한 내 행동때문에 만원을 고스란히 넘겨줘야 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야. 후우..그래도 그냥 새로 사주고 마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렇지 않으면 난 그 친구가 뭐라고 소근댈지 몰라 온 신경을 귀에 다 쏟고 있어야 할테니 말이야.
아...조나단! 당신은 나의 형뻘이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