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 향기
서하진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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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이다.

서울을 오가는 차 안에서 이 책을 보았다는 누군가가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이 여름을 후회할 거라는 협박류의 추천을 하여 후회하고 싶지 않은 여름이었기에 외국여행 길에 공항에서 이 책을 샀다. 정가를 고스란히 주면서 알라딘 생각을 했지만 좋은 책이기만 한다면야 정가의 두배를 주고 산들 어떠랴.

우선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줄거리 전개 방식이 상당히 독자의 흥미를 염두에 두었다. 그러나 거기까지만이다.

누군가 불륜에도 품격이 있다는 서평을 했지만 나는 이 책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타 대학 교수도 아닌 문창과 교수인 저자자, 국문과 출신인 저자가 글쓰기의 기본인 제목과 내용의 일치에 있어서 성실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케이트보든가 롤러스테디튼가를 타는 남자와 회전문에서는 마치 탈고에 쫒기는 도망자라는 인상마저 지울 수가 없다. 즉,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나는 글쓰기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글쓰기에 대한 분명한 한가지 신념은 생각이 고일 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육즙이 입 안 가득 고이는 과일은 맛이 있다. 그러나 고이지 않은 생각을 억지로 짜낸 글은 씹어도 씹어도 입이 깔깔하다. 입만 서운한게 아니라 마음도 허해진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비슷한 수사를 너무 여러 번 사용하고 있다. 한 번만 썼으면 신선한 표현이 되었을 것을 다른 제목의 글에서 두 번, 세 번씩 반복한 것도 있다. 그 것은 한 두 표현에 지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책을 읽은 독자는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의 저자에게 아무런 원한이 없다. 모파상을 읽을 때의 전율을 이 책에서 기대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조금더 숙고했더라면 조금더 아꼈더라면 아름다워졌을 글들을 늘리고 붙이고 하여 영양실조인 글들을 이 여름에 애써 출판한 것이 못내 아쉽다. 난 물론 저자보다 훨씬 글쓰기에 미숙하지만 독자라는 것은 엄청난 작가들도 모두 도마위에 올려 놓을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는데서 참으로 행복하다.

때로는 생각해본다. 작가란 얼마나 힘든 직업인가? 그 많은 언어로 본인을 낱낱히 해부하고 있으니 천부적인 재질이 없다면 작가는 되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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