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ful 트립풀 후쿠오카 - 유후인.벳푸.다자이후, Issue No.01, 2018 개정판 트립풀 Tripful 1
안혜연 지음 / 이지앤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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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획은 없지만 궁금해서 사봤습니다.^^ 책 읽다보니 후쿠오카에 가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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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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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해 보이는 작품이네요.^^ 이런 스타일 작품 좋아하는데 꼭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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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 100 IDEAS 시리즈 6
데이비드 파킨슨 지음, 이시은 옮김 / 시드포스트(SEEDPOST)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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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내 머릿속이 너무 추상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들고 나서부터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찾는 연습을 하고 있다. 머릿속의 추상을 정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세상에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일종의 번역이고, 그러한 연습이 일에도 자연스레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다양한 분야의 언어를 많이 접하고 익히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100》은 나의 그러한 목표(다양한 분야의 언어를 익히고자 하는 목표)에 가장 부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게 되었다. 평소에 글을 들여다보고 있는 일이 많아서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영상이나 소리를 주로 찾는 편이므로(생각이 골고루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이든 영상이든 소리든 골고루 읽고 보고 들으려고 하는 편이다), 영상과 소리를 함께 접할 수 있는 영화는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도구로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예전부터 영화를 좋아해 왔지만, 나는 영화광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다. 그 이유는 나는 다양한 영화를 보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면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만큼 작품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나는 그 복잡한 생각을 표현하려고 할 때마다 마땅한 언어를 찾지 못해서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추상적인 표현 그 자체도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일을 시작하고서는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100》은 나에게 영화의 언어를 가르쳐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보디랭귀지도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지만 나는 조금 더 정확한 언어를 익히고 싶었다. 아무래도 영화를 늘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100》은 우리가 평소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영화 용어에서부터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야 접할 수 있는 용어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본문에서 말하고 있듯 영화는 제7의 예술이라고 불리고 있고, 음악, 무용, 회화, 문학, 건축, 조각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p12). 또한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예술처럼 어려운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가장 대중적인 얼굴을 하고 있고 우리 삶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다는 점에서(심지어 영화는 자유로운 자세로 관람까지 가능하다) 확실히 매력적이다. 누워서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은 그리 흔하지 않으니 말이다(웃음).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100》은 영화와 관련된 100가지 용어를 주제로 그와 관련된 영화를 예를 들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차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읽고 싶은 페이지를 먼저 펼쳐서 읽어도 아무 지장이 없다. 나 역시 평소에 궁금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이 작품을 감상해나갔으니 말이다.

 

영화사에서 사운드의 등장보다 더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한 사건은 없었다. 찰리 채플린은 사운드가 '침묵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파괴한다며 비난했다. 이에 반해  대화, 음악, 사운드 디자인, 음향효과가 영상의 의미를 더 잘 전달하고 리얼리즘을 보강해 영화의 시각적 효과를 높인다는 주장도 있었다. -p100​

컬러의 도입으로 감독들은 사실성과 스펙터클 외에도 많은 효과를 얻었다. 빨간색, 오렌지색, 노란색은 따듯함과 에너지를 암시하는 반면, 파란색과 녹색은 시원하고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준다. 이런 색감의 대비를 이용하면 영상의 깊이를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 미장센 내의 특정 요소를 강조하거나 거기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p145

'소리 없는 영화'와 '색깔 없는 영화'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지금은 소리와 색이 넘쳐나는 영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현실감(3d, 4d)까지 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영화가 우리를 스크린 속으로 불러들이지 않을까도 문득 상상해본다.

영화 사운드는 종종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대사, 음악, 음향효과를 정교하게 배열한 사운드믹스는 영화의 시각적 요소만큼이나 섬세해야 한다. 현대의 오디오 효과는 컴퓨터 합성영상 못지않게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고, 이런 사운드 조각은 대부분 본 촬영 이후 후반작업에서 이루어진다. -p104

나는 더빙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굳이 더빙판을 찾아볼 정도로 좋아한다. 옛날에 비해 요즘엔 더빙판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는데, 일본어를 배우고서 가장 좋았던 점이 일본어 더빙판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일본 방송에서는 더빙판을 흔히 찾아볼 수가 있다). 더빙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빙판에서 특유의 향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신기했던 점은 일본어 더빙판을 볼 때도 그 특유의 향수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어떤 언어로 더빙되든 더빙판이 주는 향수는 세계 공통인 모양이다.

 

영화는 다른 예술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가장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지런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예술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만큼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으므로, 그 무엇보다 가장 성공적인 예술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조금 전에도 언급했듯이 나는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늘 기대하고 있다. 언젠가는 관객이 스크린 밖이 아닌 안에서 극중 인물과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비약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웃음). 그리고 요즘 들어 '우주'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이 부쩍 자주 출현하면서 인간의 상상력이 언젠가는 우주를 벗어난 곳까지 진출하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우주 이상의 것이 무엇일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천천히 상상해봐야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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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윤성근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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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은 한 세계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을 최고의 자리에 두고자 하는 것은 쓰는 이의 본능이 아닐까 한다. 나는 평이한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작품도 좋아하는 편인데(굳이 따지자면 첫 문장에 비중을 두는 편은 아니다), 출발점에 대한 욕망(?)을 덜어내는 것 또한 최고의 첫 문장을 쓰는 일만큼 역량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어떤 첫 문장이든 좋아한다고 할 수 있겠다(어쩌다 보니 시작부터 저자의 생각에 반하는 글을 쓰고 있다. 웃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첫 문장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첫 문장 덕분에 머릿속에 오랫동안 각인되어 있는 작품이 여럿 있으니 말이다. 그중 두 가지를 꼽자면 《설국》과 《좀머 씨 이야기》가 있다. 《설국》의 첫 문장은 문학적으로 최고의 첫 문장이자 번역가에게는 시련의 첫 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나 또한 번역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나라면 이 문장을 어떻게 옮길까 끙끙 앓기도 했다.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설국이었다. 밤의 끝자락은 이미 하얘졌다. (범우사)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민음사)

현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雪)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문예출판사)

(...)

- 번역본의 수만큼 다양한《설국》의 첫 문장

 

 

이 작품의 첫 문장은 독자를 설국으로 이끄는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동시에 아름다움을 충실히 드러내고 있다. 수많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긴 터널 중 가장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설국》의 터널은 독자를 소설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이 첫 문장을 읽고서 독자는 자신이 이미 터널을 지나 설국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좀머 씨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오래 전, 수년, 수십 년 전의 아주 오랜 옛날, 아직 나무 타기를 좋아하던 시절에 내 키는 겨우 1미터를 빠듯하게 넘겼고, 내 신발은 28호였으며, 나는 훨훨 날아다닐 수 있을 만큼 몸이 가벼웠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었다. 나는 그 무렵 정말로 날 수 있었다.

- 《좀머 씨 이야기》의 첫 문장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는 게 의아할 만큼 나는 20대 초반에는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중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늘 내 상상의 중심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짝사랑하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을 법한데, 나는 《향수》보다 호흡이 짧은 《비둘기》 《콘트라베이스》 《깊이에의 강요》 등의 작품에 그의 상상력이 더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좀머 씨 이야기》의 첫 문장은 이보다 경쾌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특유의 리듬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문장을 떠올릴 때면 우산을 들고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사실 나는 어렸을 적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날아다닐 준비를 하곤 했다. 어쩌면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이 문장을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수다스럽게 글을 쓰다 보니, 앞에서 '나는 첫 문장에 그리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쩌면 나는 누구보다 첫 문장을 중시하는 독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웃음). 사실, 《내가 사랑하는 첫 문장》의 주제가 주제인 만큼 저자가 이 책을 어떻게 시작했을지 많이 궁금했는데, '여러분은 지금 이 책의 첫 문장을 읽었습니다'라는 산뜻한 문장으로 저자는 독자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산뜻한 출발을 위해 저자가 얼마나 고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살포시 웃음이 났다.


 

 

 

첫 문장은 신이 내린 선물이다 -p15


 

그리 무겁지도 그리 가볍지도 않은 저자의 첫 문장 덕분에 나는 이 책을 부담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적당한 무게감을 가진 첫 문장을 찾고자 한 저자의 노력이 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의 저자는 현재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라는 헌책방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그가 읽은 책만 파는 헌책방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사랑한 첫 문장》을 읽다 보니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급격하게 늘었다. 독자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에 천부적인 그의 능력이 이 작품에도 발휘된 모양이다(웃음). 조만간 저자가 운영한다는 헌책방에도 들러볼까 한다. 그가 어떤 첫 문장으로 손님을 맞이할지 궁금하기도 하니 말이다.

http://blog.naver.com/nahh1290/220437344699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이상 《날개》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 사데크 헤다야트 《눈먼 부엉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그 일은 잘못 걸려온 전화로 시작되었다.

- 폴 오스터 《뉴욕 3부작》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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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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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이 일 년 만에 나오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

                                                       -도나 타트


며칠 전에 출판사 신간 소개글을 읽다가(최고의 작가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한 작품이었다) 한 문구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책 한 권이 일 년 만에 나오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는 도나 타트의 말이었는데, 이 문구를 발견했을 때 한창 《황금방울새》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이 더욱 생생하게 와 닿았다. 하지만 나는, 작품이 쓰인 기간과 관계없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 작품은 이미 충분히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의이기에 그녀의 생각에 반하는 독자일지도 모르겠다.


《황금방울새》는 저자의 10년이 담긴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문장 하나하나가 상당히 묵직했다. 나는 평소에 속도감 있게 읽히는 작품을 즐겨 찾는 편인데, 그녀의 작품은 달리고 싶어 하는 내 눈길을 연신 붙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내 저자 특유의 묘사법과 전개법에 익숙해져서 문장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웃음).

 

 

책에 따르면 이웃 사람들은 폐허가 된 작업실에서 '무척 슬퍼하면서', 그리고 '무척 힘들게' 화가 파브리티우스의 시신을 끌어냈다. 도서관 책에 나온 이 짧은 설명 중에서 나를 사로잡은 것은 우연이라는 요소였다. 나와 파브리티우스에게 무작위로 닥친 재난은 우리 두 사람 모두가 보지 못했던 똑같은 지점에서, 즉 우연이라는 점에서 만났다. 아빠는 그것을 빅뱅이라고 불렀는데, 비꼬거나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운명의 힘을 존중하며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 p415(1권)

 

《황금방울새》는 한 소년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와 함께 들른 미술관에서 폭발 사고를 겪은 소년이 그곳에서 악의 없이('어쩌다보니'에 더 가깝지만) 그림을 가지고 나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년이 가지고 나온 것은 <황금방울새>로, 카렐 파브리티우스가 그린 실존 그림이다. 이 그림을 그린 카렐 파브리티우스가 화약 폭발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니,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는 어쩌면 그의 죽음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카렐 파브리티우스 <황금방울새>


 

《황금방울새》에 등장하는 폭발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우선 그 폭발로 인해 이 작품의 주인공인 시오와 그림 <황금방울새>는 그들이 자리할 곳을 잃는다. 이는 우리 인생과도 닮았다. 폭발 사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도 인생에서 어떤 큰일을 겪고 난 후, 자신이 자리할 곳을 찾지 못해 주위를 맴돈 적이 적어도 한 번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뜻밖의 사고는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묘하게 일그러뜨린다. 그리고 우리는 그에 맞춰서 적응해 나가야 한다. 이때 새로운 시공에서 제자리를 금방 찾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발버둥 치면 칠수록 제자리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시오와 <황금방울새> 또한 어딘가 크게 벗어난 존재에 가까웠다.

 

나는 이 작품에서 저자의 '서술법'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은 천 페이지에 육박하는데, 그 절반 이상을 수사가 차지한다. 저자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을 만큼 묘사에 강박적인 태도를 보였고, 글에서 묻어나는 그러한 집념은 책을 덮고 싶어지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의 10년이 독자인 나를 포기하지 않게 해준 것 같다(그녀의 10년을 읽는다고 생각하니 사실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앞에서 말했던 '제자리'란 어쩌면 방황을 해야만 돌아올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순전한 '선'이나 순전한 '악'으로 치부할 수 없으니 말이다(p442). 그런 점에서 시오가 방황한 시간은 어쩌면 '선'으로 나아가기 위한 '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방황은 행복해지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황금방울새》는 스릴러물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지만(표지에 서스펜스라는 말이 있어서 속도감 있게 읽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읽고 싶었던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하리라고 본다. 사실, 속도감 있게 읽고 싶어도 저자의 유려한 문장들이 시선을 자꾸 붙들어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웃음). 하지만 평소에 책 읽는 속도가 빠른 독자라면 이 작품 덕분에 새로운 독서법을 경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http://blog.naver.com/nahh1290/22041873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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