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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 100 ㅣ 100 IDEAS 시리즈 6
데이비드 파킨슨 지음, 이시은 옮김 / 시드포스트(SEEDPOST)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근래에 내 머릿속이 너무 추상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부쩍 들고 나서부터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을 찾는 연습을 하고 있다. 머릿속의 추상을 정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세상에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일종의 번역이고, 그러한 연습이 일에도 자연스레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다양한 분야의 언어를 많이 접하고 익히려 노력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100》은 나의 그러한 목표(다양한 분야의 언어를 익히고자 하는 목표)에 가장 부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게 되었다. 평소에 글을 들여다보고 있는 일이 많아서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영상이나 소리를 주로 찾는 편이므로(생각이 골고루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이든 영상이든 소리든 골고루 읽고 보고 들으려고 하는 편이다), 영상과 소리를 함께 접할 수 있는 영화는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도구로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예전부터 영화를 좋아해 왔지만, 나는 영화광이라고 하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다. 그 이유는 나는 다양한 영화를 보는 것보다 마음에 드는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한 영화를 여러 번 보면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그만큼 작품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나는 그 복잡한 생각을 표현하려고 할 때마다 마땅한 언어를 찾지 못해서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추상적인 표현 그 자체도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일을 시작하고서는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런 점에서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100》은 나에게 영화의 언어를 가르쳐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보디랭귀지도 참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지만 나는 조금 더 정확한 언어를 익히고 싶었다. 아무래도 영화를 늘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100》은 우리가 평소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영화 용어에서부터 관심을 가지고 찾아봐야 접할 수 있는 용어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본문에서 말하고 있듯 영화는 제7의 예술이라고 불리고 있고, 음악, 무용, 회화, 문학, 건축, 조각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p12). 또한 깊이 들여다보면 다른 예술처럼 어려운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가장 대중적인 얼굴을 하고 있고 우리 삶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다는 점에서(심지어 영화는 자유로운 자세로 관람까지 가능하다) 확실히 매력적이다. 누워서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은 그리 흔하지 않으니 말이다(웃음).
《영화를 뒤바꾼 아이디어100》은 영화와 관련된 100가지 용어를 주제로 그와 관련된 영화를 예를 들어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차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읽고 싶은 페이지를 먼저 펼쳐서 읽어도 아무 지장이 없다. 나 역시 평소에 궁금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이 작품을 감상해나갔으니 말이다.
영화사에서 사운드의 등장보다 더 획기적인 변화를 초래한 사건은 없었다. 찰리 채플린은 사운드가 '침묵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파괴한다며 비난했다. 이에 반해 대화, 음악, 사운드 디자인, 음향효과가 영상의 의미를 더 잘 전달하고 리얼리즘을 보강해 영화의 시각적 효과를 높인다는 주장도 있었다. -p100
컬러의 도입으로 감독들은 사실성과 스펙터클 외에도 많은 효과를 얻었다. 빨간색, 오렌지색, 노란색은 따듯함과 에너지를 암시하는 반면, 파란색과 녹색은 시원하고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준다. 이런 색감의 대비를 이용하면 영상의 깊이를 심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 미장센 내의 특정 요소를 강조하거나 거기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p145
'소리 없는 영화'와 '색깔 없는 영화'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지금은 소리와 색이 넘쳐나는 영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현실감(3d, 4d)까지 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영화가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영화가 우리를 스크린 속으로 불러들이지 않을까도 문득 상상해본다.
영화 사운드는 종종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대사, 음악, 음향효과를 정교하게 배열한 사운드믹스는 영화의 시각적 요소만큼이나 섬세해야 한다. 현대의 오디오 효과는 컴퓨터 합성영상 못지않게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고, 이런 사운드 조각은 대부분 본 촬영 이후 후반작업에서 이루어진다. -p104
나는 더빙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굳이 더빙판을 찾아볼 정도로 좋아한다. 옛날에 비해 요즘엔 더빙판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는데, 일본어를 배우고서 가장 좋았던 점이 일본어 더빙판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일본 방송에서는 더빙판을 흔히 찾아볼 수가 있다). 더빙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빙판에서 특유의 향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신기했던 점은 일본어 더빙판을 볼 때도 그 특유의 향수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어떤 언어로 더빙되든 더빙판이 주는 향수는 세계 공통인 모양이다.
영화는 다른 예술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가장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지런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예술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만큼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으므로, 그 무엇보다 가장 성공적인 예술이라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조금 전에도 언급했듯이 나는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늘 기대하고 있다. 언젠가는 관객이 스크린 밖이 아닌 안에서 극중 인물과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비약적인 생각을 할 정도로 말이다(웃음). 그리고 요즘 들어 '우주'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이 부쩍 자주 출현하면서 인간의 상상력이 언젠가는 우주를 벗어난 곳까지 진출하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우주 이상의 것이 무엇일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천천히 상상해봐야겠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