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껏 내 손으로 씻기고 입힌 것 중에 이만큼 이쁜 것이 있었나."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남자 없는 세계에서 끝없이 완벽하게 부드러울 수 있는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


엄마 없는 두 소녀가 서로에게 엄마가 되어주기로 결심하는 이야기.


약속은 자주 약속으로만 남아 허망하지만


결심은 더 단단하고 든든하고... 그래서 좀 더 안심이 된달까.


두 사람이 아무 약속도 하지 않고, 그저 결심 어린 눈빛만을 보여주어서, 나는 그게 좋았다. 











어머니의 자리가 비어 있는 이야기들.


여동생을 낳으러 집을 떠났지만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아이가 누렇게 말라가도 돌볼 수 없는 더럽고 냄새나는 미친 어머니,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마술을 부리는 서커스단의 어머니, 때때로 사라져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행을 떠나는 마법사 어머니, 푸른 양철 가방을 들고 여행을 떠나 먼 나라에서 죽어 연기가 된 어머니의 어머니.....


소녀들은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여행하고 그 어머니들처럼 사라진다.


삶과 죽음처럼 끝없이 되풀이되는 운명의 반복.


반복은 지겨움이나 절망일 수도.


혹은 재주 있는 자라면 리듬과 음악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


그래서 그 음악을 듣고 엄마 없는 자들이 조금 덜 슬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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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한 결혼 - 타인과 함께 사는 그 난감함에 대하여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솔바로 옮김 / 민들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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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이상적인 결혼생활은 지금 여기에서 선취해야 한다. 형태가 아닌 태도로, 혹은 컨텐츠(내용)가 아닌 컨테이너(용기)로 실현할 수 있다. 태도나 컨테이너라는 것은 유쾌함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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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없는 사회 - 사회수선론자가 말하는 각자도생 시대의 생존법
우치다 타츠루 지음, 김경옥 옮김 / 민들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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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여물지 않은 사상이나 상처입기 쉬운 감성이 배어있는 장소에서는 잠시 숨을 들이마시고 너무 큰소리를 내지않도록 조심하고 몸가짐을 삼가야한다는 상식이 없다. 공공적이지 않은 사람은 자기자신에 빠져있다. 토라져있는 자신에게 붙들려있으면 웬만해서는 자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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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설임의 윤리학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동섭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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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는 망설이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옳음과 정의로움을 확신하지 않는다. 그는 확실히 좀 이상한 구석이 있고 과격하다 싶게 자유롭지만 나는 그래서 그가 좋다. 그는 ˝나의 생각과 감각에 격하게 저항하는˝ 타자에게 가닿으려는 노력을 평생의 수행으로 삼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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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살구나무가 있어 여름마다 공짜 살구가 잔뜩 생긴다. 작년에는 살구청을 담그고 재작년에는 살구잼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그냥 도토리 까먹는 다람쥐처럼 서너 개씩 틈틈이 씻어 먹고 있다. 



"좋아하는 친구가 베란다에서 키운 부추를 주어서

나란히 누운 부추를 찬물에 씻지

(중략)

부추를 먹는 동안엔 부추를 경배할 뿐"

김소연 <경배> 중에서


나 역시 살구를 먹는 동안엔 살구를 경배하고


내 살과 피를, 생명을 경배한다.


살리는 살, 죽이는 殺.





잊을 수 없는 살구 이미지를 남겨준 리베카 솔닛의 글. 

애증의 관계였던 어머니가 죽은 후 남겨진 살구나무에서 수확한 살구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이 많았다. 나 역시 작년과 재작년에는 살구잼과 살구청을 만들겠다고 욕심을 한껏 부리는 바람에 그 엄청난 살구들에 질렸던 경험이 있다. 검은 씨를 빼낸 자리는 꼭 눈알을 파낸 것 같아 무서웠고 단번에 처리하지 못해 며칠간 유예된 살구들에서는 고름같은 진물이 흘렀다.


육박해오던 살구들.


윽박지르던 살구들.


재촉하고 회유하려 들던 살구들.


















뭔가 음산하면서도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혜미의 시 <살구>를 옮겨본다. 

메모했던 것을 보고 옮기느라 행갈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기다렸어 울창해지는 표정을

매달려 조금씩 물러지는 살의 색들을

우글거리는 비명들을 안쪽에 감추고

손가락마다 조등을 매달아

검은 씨앗을 키우는 나무가 되어

오래 품은 살殺은 지극히 향기로워진다

뭉개질수록 선명히 솟아나는 참담이 있어

마음은 죽어서도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나무는 침대가 되고

어떤 나무는 교수대가 된다

열매들이 다투어 목맨 자리마다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매일밤 들려와

나무들이 개처럼 죽은 개처럼

허공을 향해 짖어대는 소리가

구겨진 씨앗을 입에 물고 웃는다

과육은 핑계였지

깨어져야만 선명해지는 눈동자들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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