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소설집
정세랑 지음 / 아작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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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드릴게요는 정세랑 작가의 첫 SF 단편집입니다. 2010년 초기작부터 2018년 최근작까지 정세랑 작가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맛볼 수 있습니다. 통통 튀는 캐릭터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습니다. 잘린 손가락을 찾기 위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아이, 외계에서 온 거대 지렁이들, 고양이 인간, 날개가 자라는 천사, 묘지를 헤집고 시신을 파먹는 구울이 등장합니다. 정말 발랄하죠? 캐릭터만 보면 판타지 소설 같지만, 지구 밖 행성을 오가고 미래와 과거가 현재와 엮이는 SF 소재들이 다채롭게 펼쳐집니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환경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할 이야기를 다 하고 있달까요. 인간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의 끝은 결국 파멸이라는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이 누구보다 지구 환경에 대해 걱정하죠. 유의미하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변화를 실천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들에게는 묘한 양가적 감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절박함과 함께 결국 인간은 파멸하고 말 것이라며 그 끝을 기다리는 마음이랄까요. 인간이 멸종해야 다른 종들이 살지 하는 의식 말입니다.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작가의 심정이 소설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동일 저자의 다른 작품 시선으로부터,21세기의 눈으로 바라본 20세기 여성이라면, 목소리를 드릴게요23세기의 눈으로 예측해 본 21세기라는 느낌입니다.

 

나는 23세기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을 역겨워할까 봐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19세기와 20세기의 폭력을 역겨워하듯이 말이다.” (작가의 말, 264)

 

여성주의 서사를 넘어 종 차별 문제까지 건드리며 환경 문제를 유쾌 발랄하게 다루는 그의 소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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