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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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심채경 (문학동네, 2021)

 

천문학자가 쓴 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학술서나 대중 과학서라면 모를까 천문학자의 개인적인 글을 읽어본 일이 있나 싶습니다. '천문학자'라는 직업에 더욱 솔깃했던 솔직한 이유는, 이십오 년째 천문학과 함께 살아가는 가까운 친구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저 별자리는 뭐냐부터 내일은 비가 올 것 같냐는 등의 짖궂은 질문들에 친구는 천문학은 그런 걸 연구하는 게 아니라면서도 웃으면서 굳이 대답해주려 애쓰곤 했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 심채경은 천문학자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행성과학자라고 말합니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연구하다가 지금은 달 연구자가 되었지요. 저자는 딱히 천문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어떤 극적인 순간도, 달 전문가가 되려는 특별한 계기도 없었지만, 작고 소소한 어떤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칠판에 바짝 들러붙어 몸을 웅크렸던 지구과학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나 연구실 사람들과 밥을 먹다가 "저요!"라고 말했던 순간 같은 거죠.

 

학부생일 때 자연대 옥상에 설치한 작은 망원경으로 인공위성을 관측했던 이야기부터 달의 크레이터를 통해 해가 드는 각도에 따른 토양의 노화도를 측정하게 된 이야기들이 적혀있는데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해도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힘을 발휘합니다. 네이처에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선정된 에피소드와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 기록된 이소연 박사에 대한 감상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자가 육아와 연구를 겸하는 워킹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 이제까지의 이야기에 한 겹 새로운 축이 더해지며 입체적으로 읽히더군요.

 

가장 좋았던 건 자신을 '대학의 비정규직 행성과학자'라고 말하는 그의 일상이었습니다.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박사학위를 받은 후 꾸준히 채용공고를 보며 정규직 자리를 얻기 위해 원서를 쓰고, 연구비와 급여를 충당하기 위해 연구 과제를 수주하려고 끊임없이 행정 업무에 힘쓰고 있다는 그의 말은 우주를 일상으로 내려놓기도, 일상을 우주로 쏘아 올리기도 하는 듯 느껴집니다.

 

이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천문학자 친구를 떠올렸습니다. (왜소은하를 연구한다고 했었나?) 친구와 맛있는 밥 한 끼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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