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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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통해 페미니즘 운동의 맥락을 거칠게나마 접하면서 다양한 결의 긴장과 갈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언뜻 미묘한 듯 느껴지지만, 굉장히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인식과 대응방식이 얼마든지 가능하겠더군요. 큰 틀에서는 동의하더라도 저마다의 입장과 경험이 너무나 다릅니다. 지역별, 인종별, 문화별, 시대별로 달라지는 상황을 통일시키고 절대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마다 원하는 방식대로 살자'라는 식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기란 또 힘든 일이죠. 이게 어디 하루 이틀 쌓인 구조의 문제던가요.

 

공통의 지향점을 가졌으나 달라진 동료들은 그렇다 치고, 자신 안에서 발견되는 이율배반적인 양가적 감정은 또 어떤가요. 상황에 따라 우리는 얼마나 모순으로 가득한 존재인지요. 계속해서 좌충우돌, 이해불가 아니던가요. 불합리, 비논리로 가득한 자신을 발견하며 난감해합니다.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죠.

 

록산 게이는 나쁜 페미니스트에서 페미니즘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자신이 어느 날 성차별적 편견으로 가득한 가사의 팝송을 흥얼거리고 있더라고 했는데, 저에게는 강렬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렇지, 그럴 수 있지. 그녀는 결국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은 '완벽한'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겠다고 말이죠. 올바름에 대한 강박으로 페미니스트를 포기하느니 차라리 좀 부족한 페미니스트가 되겠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상적 목표가 자칫 동료들과의 연대를 무너뜨리고, 오히려 타인과 자신을 억압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하자는 거라 이해했습니다. 예민한 감각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당연시해왔던 잘못된 관행들을 고쳐가는 일이겠지만, 때론 의식적으로 '느슨한' 태도를 취해서라도 서로 연대하며 발맞추어 가는 게 중요하지 않겠냐는 거죠. 다시 벨 훅스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그녀는 '자매애(Sisterhood)'를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 멀리 돌아왔습니다. 사실 이 글은 윤이형 작가의 붕대 감기를 읽고 난 저의 감상입니다. 엉뚱하지만 책을 덮고서도 끝나지 않고 계속 확장되어 다른 이야기들과 연결되고 연결된다는 건, 꽤 멋진 일 아니던가요.

 

여자들이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이야기도 좋지만, 어떤 연유로 서로 멀어지고, 또 그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혹은 극복이 안 되었는지, 그런 이야기도 좋습니다. 그런 경험담을 모아서 책으로 펴내려고 해요.” (p.99~100, 붕대 감기)

 

기혼여성과 미혼여성, 전업주부와 워킹맘, 탈코르셋 활동가와 미용 산업 종사자, 여성과 트랜스젠더(MTF). 이야기는 계속 확장됩니다. 우리 개인의 이야기까지 닿았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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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이야기도 좋지만, 어떤 연유로 서로 멀어지고, 또 그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혹은 극복이 안 되었는지, 그런 이야기도 좋습니다. 그런 경험담을 모아서 책으로 펴내려고 해요."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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