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하는 그림체, 약동하는 스토리

스바루 10 - Ticket To Ride
소다 마사히토 지음, 장혜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월

이 만화는 스바루라는 한 소녀가 최고의 발레리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라고 말하면 매우 평범한 설명이 되겠지만 사실 그렇다.) 그러나 이 평범한 스토리에 특별함을 더해준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가 스바루라는 인물 자체의 독특함이고 또 하나는 발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우선 스바루는 어떤 인물인가.
-한마디로 천재다. 다른 사람이 백년 걸려도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가진,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러한 주인공을 내세운 만화는 참 많다. 저스트 고고도 그렇고 유리가면도 그렇다.(보통 만화에서 내세우는 주인공은 천재이거나 노력파, 둘중 하나라는 것은 정석이다.) 그러나 이 소녀는 조금 느낌이 다른 천재다. 그 이유는 타인에 대한 애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여타의 스포츠 만화나 무용관련 만화의 기반은 대부분 휴머니즘이다. 타인에 대한 애정이나 동료들의 유대감, 그로 인한 성장이 주축이 되며 스토리의 전반적인 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스바루는 기묘할정도로 사람에 대한 애착이 없다. 타인과의 교류에 의해 성장하는 천재가 아니라 이미 하늘이 내린 선택받은 자라는 의미다. 이것은 독자가 주인공에 대해 감정이입을 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나 작가는 스토리의 질주로써 그러한 결점을 보완한다.(즉, 스토리 따라가기도 벅차서 감정 이입을 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 만화의 전개는 폭풍과도 같다.)

두번째, 스바루라는 만화는 발레에 대한 최고의 찬사를 하고 있다.
이제까지 어떤 발레만화에서도 '발레'라는 것에 이토록 강렬한 애정을 보인 적은 없었다. 대부분 발레는 주인공을 돋보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그려진 것이 보통이었으나 이 만화에서 발레는 스바루와 함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작가는 발레라는 예술에 생기를 넣고 에너지를 부여했다. 이는 10권에 가면 절정에 다른다. '지구인이 외계인과 소통할 수 있는 단하나의 수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발레'-라는 구절은 작가의 발레에 대한 무한한 찬사의 일부분이다. 주인공은 물론 관객들마저 발레를 통해 초감각을 얻고 이성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다시말해- 스바루가 하는 발레는, 역설적으로 스바루를 조종한다.

발레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이 만화를 읽으면 발레공연을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것임을 확신한다. 이것은 어쩌면 만화가 가진 무서운 저력중 하나일 것이다.(슬램덩크로 인해 일본의 농구부가 10배로 급증되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족에 관한 독특한 이야기

키리하라가의 사람들 1 - 연애유전학강좌
카야타 스나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3년 5월

이 책을 사본 것은 뒷표지의 인물소개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에 관한 짤막한 코멘트가 씌여져있었는데 매우 흥미진진하다;

그러한 충동적인 이유로 읽게 된 이 책은, 으음, 아직 1권만 봤기 때문에 전체적인 면에서의 언급은 못하겠지만 굉장히 아기자기하다. 이 작가가 정녕 델피니아 전기를 쓴 그 작가란 말인가-싶을 정도로 홈드라마 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스케일이 작은만큼 잔재미가 풍부하다. 대화하나하나가 위트가 넘친다. 홈드라마식의 일본 소설은 너무 일본적인 냄새가 강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가족들의 성격이 하나같이 강하다는 것 때문에 그런 어색함이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다.

부담없이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요새같이 책이 비싼 시기에 가격 역시 큰 부담이 없다. 4권으로 완결이 난다는 것도 부담없는 이유중 하나라고 하겠다.

시끌벅적하지만 근원에 깔려있는 철저한 가족애로 인해 시종 따뜻한 분위기를 잃지 않는 소설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책

여름의 소금 - 우오즈미 시리즈 1
에다 유우리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2년 3월

일단 야오이임을 밝힌다. 동성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 글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그런점을 감안하더라도, 보통 독자들에게 꽤 어필할 수 있는 책임을 말하고 싶다. 그것은 우오즈미라는 캐릭터의 독특함 때문이다.

우오즈미는 이성은 뛰어나나(여기서 이성은 지능을 포함한 제반의 객관적 사고를 뜻한다.)감성은 매우 문제가 있다. 물고기라는 의미의 그의 이름처럼 그는 수면을 헤엄치는 공기중에서 부유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이러한 그를 현실에 붙잡아 놓는 사람이 쿠루메이며, 우오즈미 시리즈는 이 두 사람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분명 둘다 동성일진데, 읽다보면 이상할정도로 위화감이 없다. 으음, 그래서 좋아하는거군, 응원까지 하게된다;;. 그 이유는- 절대적으로 우오즈미의 특이한 캐릭터성 때문이다. 보통사람과는 매우 거리가 있는 그의 태도는, 그렇기 때문에 그가 택한 사람이 노말하지 않은 쿠루메라는 것을 납득하게 한다.

사실, 이 책의 진가는 이 두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정상적이지만 그 이상으로 인간적인 주변인물들에게서 더욱 빛이 난다. 선입견을 버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로써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자신감은 확실히 얻을 수 있다.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
헬렌 브라운 지음 / 푸른숲 / 1993년 11월

상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 쓴 책이다. (코스모폴리탄의 편집장이라 한다..) 이 책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단지 성공한 여성이 썼기 때문이 아니라, 힘들고 어렵게 위로 올라온 여성이 저자라는데에 의의가 있다고 본다.

즉, 누구라도 -여기부터 시작해도 올라갈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책이다. 게다가 무척 챕터가 구체적이라는 것이 큰 특징이다. 패션, 다이어트, 남자, 결혼 등등 여성으로써 흥미를 가질만한 요소들을 모조리 끌어 담았다. 그러나 기존에 널려있는 처세서나 성공 자서전처럼 추상적이지 않다는게 이 책의가장 큰 미덕이라 생각한다. 무척이나 구체적인 행동강령과 기본 지침, 그리고 노골적이지만 솔직한 경험담은 자신이 일반인임을 강조하여 내용의 현실감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들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다. 다소 오만한 말투의 지침서이지만 뼈아픈 실수나 부끄러운 과거까지 저자가 다 털어놓았기 때문에 위압감은 없다. 오히려 그 말투마저 읽다보면 친근함이 든다. 이러한 요소는 이 책안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자신감 상승의 측면에서 생각할때 말이다. 그것을 목적으로 삼아 쓰여진 것이라면 나는 무척 후하게 점수를 주고 싶다. (제대로 목적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빙빙돌다 끝나는 책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발행된지 꽤되었지만(아직도 그녀가 편집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막 사회에 진출하여 모든 것이 어려운 사회초년생에게 용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책이다. 최근에 쏟아지고 있는 추상적이고 고상한 성공 자서전보다 몇배는 읽을 값어치가 있다고 본다.

교육에 있어서 일본과의 공통점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 ㅣ 학력을 묻는다 1
사토 마나부 지음, 손우정 옮김 / 북코리아 / 2003년 11월

이 책은 일본 아이들의 학력저하의 실태와 그 해결방안에 관해 논의한 책이다. 얇고 자료가 풍부하여 쉽게 읽을수 있는 교양서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것은 이 책에 우리나라의 사례는 단 한쪽도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겠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찰하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면 좀더 살펴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의 학력저하 실태가 요즈음의 우리나라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볼때 확실히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그 공통점을 비교할 수 있는 능력과 차이점을 짚어 낼 수 있는 전공자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교육에 대해 전문적인 소양과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는 꽤 훌륭한 지침서라고 말할 수 있으나 초보자나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불친절한 느낌의 책자이다. 모든 비교 분석이 독자 자율적으로 행해져야 하기때문에 더욱 그렇다.

학력저하에 대해 근원적인 연구를 원하는 학생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사회적인 맥락에서의 교육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도 읽을만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