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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동맹에 어서오세요 1 - Seed Novel
반재원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초인 동맹에 어서오세요
일반적이라고는 보기 힘든 소재인 '초인'이라는 것을 내세운 작품.
중심 소재는 '초인'이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아이돌 문화나 동인 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1권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초인이던 아버지를 사고로 잃은 주인공은 한 때 자신의 아버지를 초인으로 떠받들던 사람
들이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는 것을 보고 이런 문화에 대한 반발심으로 초인이라는 것 자
체를 혐오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그 자신도 초인이라는 것을 알
게 되고, 고민 끝에 스스로가 초인으로서 잘못된 풍조를 고쳐보겠다고 나선다.
요약해놓으니 정말 간단하다. 하긴, 요약해서 안 간단 한 것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요약했기 때문에 간단하다는 것을 차지하더라도, 1권 내용은 전체적으로 '앞이 뻔
하게 보이는' 류의 이야기이다. 그만큼 전형적인 라인이라는 의미.
유머스러운 부분과 진지한 부분을 적절히 섞어서 리듬을 조절하기 때문에 글을 읽는 재미
는 있지만, '앞의 전개 내용을 예상해 보는 재미' 부분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작품의 기본적 시점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고, 인물들의 독백은 대부분 1인칭 시점
에서 행해지고 있다.
3인칭 시점의 작품에서 인물의 독백이 1인칭으로 행해지는 것은 현대 소설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기법인데, '초인 동맹에 어서오세요'는 이런 기법을 몇몇 장면에서만 사용하
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독백을 1인칭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때때로 사건 서술까지 1인
칭으로 행해지는 등의 시점이 부자연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이렇게 등장인물 각각의 1인칭 시점에서 행해지는 독백과 3인칭의 서술 등이 합해져서,
전체적으로 만화나 영화, 에니메이션의 내용을 그대로 문장으로 다시 옮긴 듯한 느낌을
주는 점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는데, 만화나 에니메이션 등에 익숙한 독자에게
는 매력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런 류의 서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혼란만을 불
러올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자면, 일단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근친'코드가 삽입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일 것이다.
아들(주인공)에게 유난히 스킨쉽을 행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나 '오빠의 동정을 받아가겠
어'라고 말하는 여동생의 모습은 사회적 터부에 민감한 사람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요소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만화나 한국의 드라마 등에서 끊임없이 배다른 남매의 근친 코드가
등장하는 것을 '장애가 있는 사랑'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는 면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하나의 특징적 요소 삽입이라는 측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 하다.
'오라전대 피스메이커'에서부터 지적되어 온 일본색 이야기 역시 이 작품에서도 꺼낼 수
있을 듯하다. 작품내의 세계는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모습
이라기보다는 만화나 에니메이션 속의 사회와 비슷하다. 이것은 딱히 한국적 혹은 일본적
이라고 보기보다는 작가의 재해석을 거쳐서 과장/변형 된 세계라고 봄이 옳을 듯 하다.
세계관적으로 볼 때, 1/2차 세계 대전을 1/2차 초인 대전으로 바꾸는 등 기존의 역사를 수
정하면서 초인의 일상화에 대한 당위성을 마련해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풀 메탈 패닉'이
나 '테메네르 시리즈'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현실세계에 하나의 비일상적인 존재를 마치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덧씌워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작품 내부에 숨어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연예계를 생각나게 하는 초인들의 모습이라거나, 코x월드를 생각나게 하는 초인월드 등,
이것들이 무엇을 모델로 만들어졌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현되어 있다.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기 때문에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행하는 몇몇 작품을 따
라가기 급급한 동인시장이라거나, 연예인에 환호하다가도 조그만 실수 하나로 무수한 비
판을 듣고 곧 잊혀져버리는 연예계 등에 대한 비판이 작품을 읽는 사람은 누구라도 알아
볼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지나치게 직접적인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등장 인물의 대사를 통해서 노골
적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다x카 요시키 씨의 작품들에 비하면 '초인 동맹에 어서오세
요'의 비판은 수위도 훨씬 낮고, 작품내용과도 잘 연관되어 있다. 주인공의 심리를 꿰뚫
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쉽게 열광하고 쉽게 잊는 대중'이니까 말이다.
위의 내용 요약에서 이야기 했듯이, 주인공 서지우는 초인이었던 아버지를 사고로 잃게
되었다. 정확히는, 그가 한 때 우상으로 그리던 초인이 죽은 것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그 초인이 사실 아버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뒤이어 아버지에게 사고의 책임이
돌아가고, 한 때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던 아버지를 비난하는 것을 보면서 초인을 혐오
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그가 혐오하게 된 건 '쉽게 열광하고 쉽게 잊는 대중'들이었고, 대
중이라는 불특정하고 광범위한 대상에 대한 미움을 초인이라는 범위로 좁혀서 치환해 표
현한 것일 뿐이다. 작중 내용에서도 꾸준히 그가 초인을 정말로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내용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독자가 앞
의 내용을 너무 쉽게 예측할 수 있고, 또 한 편으로는 심리적 갈등이 너무 쉽게 해소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조금 아쉽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배x맨' 시리즈의 경우처럼 그 심리
적인 갈등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독자의 흥미를 계속 유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전형적인 내용을 독특한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감싸서 적당
히 읽기 좋게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고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게 밸런스를 잘 잡았다는 느낌이지만, 내용
이 너무 전형적이라 다음 내용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생기지 않는 것이 단점이 될 수 있겠
다.
'x-맨', '스파x더맨' 등의 xx맨 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
을테고, 그쪽에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정도만 되어도 나쁜 작품은 아닐 것
이다. 다만, 이런 이능력자 대결물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전혀 어필할 수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