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회색이야
마틴 쇼이블레 지음, 이지혜 옮김 / 사계절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모두가 회색이야』 – 회색빛 시선을 통해 바라본 청소년기의 고독과 침묵의 목소리

『모두가 회색이야』의 표지는 이 작품이 품은 정서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회색빛으로 가득한 세상 속, 오직 우산 아래 숲의 풍경속 숲을 간직하고 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이토록 음울한 제목을 통해 말을 걸고 있을까?

이야기는 정신병동 응급병동에 입원한 알리나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과 오랜 시간을 보낸 엄마보다, 단 3년 함께한 고양이 마돈나와의 이별을 더 슬퍼하는 인물이다. 알리나는 자신과 같은 환자 그룹에 속한 카타리나를 언급하며, 그를 ‘카타’라 부른다. 말을 한 번 시작하면 끝내지 않는 카타리나의 특징이 그러한 호칭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파편적으로 전해지는 알리나의 시선은 독자를 점점 더 중심 인물인 ‘파울’에게로 이끈다.

놀랍게도 이 작품은 독일 작가 마틴 쇼이블레가 실존 인물 파울(가명)의 삶과, 그의 가족, 친구, 교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집필한 소설이다. 자살과 정신질환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저자는 극적인 감정에 의존하기보다 섬세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의 구조는 매우 독특하다. 각 장은 회색 페이지로 나뉘며, 파울의 시점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이러한 회색의 장들은 단순한 편집상의 장치가 아니라, 파울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이자, 그의 내면을 은유하는 색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독자는 문득 깨닫게 된다. 파울이 세상을 떠난 후의 이야기는 더 이상 회색이 아닌 검정색으로 인쇄되어 있다는 사실을. 회색의 세계는, 비록 침울하고 답답했을지언정 파울이 아직 존재하고 있었던 시간, 가능성이 열려 있던 순간들이었던 것이다.

이 소설 속 파울은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누군가에게는 “말을 시작하면 끝내지 않는 아이”, 또 다른 친구에게는 “답장이 없어도 지칠 줄 모르고 연락을 이어가는 아이”, 유치원 친구에겐 “표범 흉내를 내며 놀던 장난꾸러기”였다. 어머니에겐 “자폐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특별한 아들”, 여동생 조피에겐 “오빠 없이는 살기 싫을 정도로 사랑했던 최고의 오빠”였다.

그러나 파울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었고, 가족과 친구, 선생님 누구도 그 사실을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파울 본인 역시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점점 환청과 고독에 잠식되어 갔다. 외부와 단절된 채, 스스로를 이해할 언어도 없이,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고요히 무너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질환의 90%가 청소년기에 시작되며, 자살 시도의 90%가 정신질환과 연관되어 있다는 통계는 이 소설을 단순한 픽션으로 읽을 수 없게 만든다. 마틴 쇼이블레는 『모두가 회색이야』를 통해, 청소년기의 심리적 어려움을 단순히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넘기지 말 것을 촉구한다. 예민한 촉각, 특정 식재료에 대한 강한 거부감, 소음이나 어두움에 대한 두려움—이러한 신호들을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다. 실제 파울의 부모 역시 그러한 점을 강조한다.

비록 작가는 파울의 내면을 직접 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심리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고 섬세하다. 친구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장면들을 통해 우리는 파울이 지닌 지성과 감수성, 그리고 찰나의 빛나는 순간들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분명 자폐라는 진단 너머로,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고 있었던 아이였다.

“그 애는 정말 남달랐어요. 되고 싶은 건 뭐든 될 수 있었겠죠.”

이 한마디는 파울이라는 존재가 어떤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가장 간결하게 드러낸다.
『모두가 회색이야』는 단순히 비극적인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외면했던 고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 존재했던 색, 잊지 말아야 할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결국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당신은 회색빛을 알아차리고 있는가?**

#모두가회색이야 #사계절 #마틴쇼이블레 #울었음 ㅠㅠ #사계절 @sakyejul @sakyejul_tee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