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는 증여의 철학
지카우치 유타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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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리뷰

지카우치 유타 지음

이 책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선물'과 '증여'의 행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선물을 주면서 기쁨을 느낄까? 단순한 호의일까, 아니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무언가와 관련이 있을까?

증여는 인간 생존의 기초였다

지카우치 유타는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통찰을 인용하며 인간이 생존하고 진화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증여’를 든다.

“인간을 키우려면 부족이 필요했고, 따라서 진화에서 선호된 것은 강한 사회적 결속을 이룰 능력이 있는 존재였다.” – 유발 하라리

즉, 인간은 철저히 관계의 존재였고, 서로 나누고 베푸는 ‘증여’는 단순한 도덕적 행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다.

교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증여보다는 '교환'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모든 것이 가격으로 환산되고, '주는 것'은 철저히 '받는 것'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다. 작가는 이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책 60쪽에 인용된 문장은 이 사회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환기시킨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사회란, 자신의 존재가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사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최근 수십 년 동안 그런 상태를 ‘자유’라고 불러왔습니다.”

이는 인간 존재의 관계적 본질을 망각한 결과, ‘자유’라는 이름 아래 각자도생의 삶이 강요되고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

증여의 부재가 불러오는 고독

책에서는 52쪽에 소개된 사례를 통해 증여가 사라진 사회의 폐해를 드러낸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노모와 동반 자살을 시도한 남성의 이야기는 단순한 빈곤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부재와 연결된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고,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으며, 자신 역시 누군가를 위한 존재가 아닌 상황 — 이는 극심한 고립감을 낳는다.

작가는 말한다.

“주위에 증여를 하는 사람이 없고, 자기 자신 역시 증여의 주체가 아닌 경우 우리는 매우 간단히 고독해집니다.” (55쪽)

증여는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열쇠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는 단순히 선물의 의미를 해석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이자, 인간 본연의 회복을 위한 철학적 제안이다. 증여는 우리를 사회적 존재로 연결시키는 매개이자, 기쁨과 연대감을 되살리는 행위다.

우리가 주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기쁨은 단지 따뜻한 감정 이상의 것을 말해준다 — 바로 우리가 여전히 인간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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