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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다커
앨리스 피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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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우리 가족을 한 명씩 죽이고 있다.”

 

 앨리스 피니의 데이지 다커는 밀실 공포나 반전이 있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 추리소설을 읽을 때 범인을 추리하면서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 넷플릭스에서 <나이브스 아웃>을 지미있게 본 사람, 그리고 역대급 콩가루 가족을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욕을 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충격적인 유언을 공개한 할머니의 생신을 맞아 열린 파티에서 벌어진 밀실 연쇄살인사건과 다커 가족의 발밑에서 도사리고 있던 추잡스럽고 끔찍한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고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이야기가 전혀 지체되지 않고 사건이 줄줄이 몰아치는 바람에 앉은 자리에서 한 번도 끊지 않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차례대로 일어나는 살인 사건보다 오히려 이들 가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주인공인 데이지 다커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그 비밀이 무엇인지 계속 의문을 품은 채로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충격적인 진실과 함께 이야기 내내 작가가 끌고 오던 반전이 밝혀진다. 책을 읽는 내내 그래서 범인이 대체 누군데? 하고 생각했었던 내게 이 반전은 배신감까지 들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다가왔다.

 어지간해서는 소설 속 인물들을 모두 품고 가는 나조차도 다커 가족의 이야기를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도저히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단언컨대 최악의 가족이다. 그렇지만 화가 나는 것과는 별개로 책 자체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의문, 충격, 분노 등 온갖 감정들을 다 느끼게 해준 페이지터너.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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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자이나리, 찾지 않는 이름들 안전가옥 오리지널 47
전효원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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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내게는 외국인 이주민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책의 주인공인 부응옥란을 보면서 낯설다는 느낌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인 같은 말투. 한국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보다도 더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날카로운 직관력 그리고 거기에 더해 우리네 아주머니들에게서 볼 수 있는 친근함까지. 난생 처음 보는 설정의 집합체인인 부응옥란은 책 곳곳을 종횡무진으로 오가며 미스터리 소설을 이끌어나간다.


 이야기는 아무도 찾지 않는 이름일 수 있었던 수많은 이름들(꼭 외국인 노동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마장동의 약자들 모두)을 하나하나 조명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그들을 동정하는 게 아니라 존재를 인식하는 방식으로다. 약자를 차별하지 말자, 는 둥의 텅 빈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주노동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써나가며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 자체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특히 독자에게 교훈을 남기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배움을 주려는 의도가 없이 그저 보여주는 것이 끝이다. 생각은 읽는 자의 몫이다.


 스토리의 흐름이 질질 끄는 것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배경 묘사 역시 아주 구체적이라서 마치 내가 마장동 실종 사건의 한가운데에 던져진 것 같았다.



(안전가옥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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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바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10
김청귤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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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이한. 좋아해 줘서 고마워.”


 『재와 물거품』을 통해 먼저 알게 된 김청귤 작가의 신작. 재와 물거품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김청귤 작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같이 다 매력적으로 만드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주인공인 하나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 또한 모두 각각의 서사를 가지고 있고 그 내용이 모두 마음에 와닿는다.

 이야기는 주인공 하나가 의문의 초록색 빛을 맞고 몸이 분리되는 현상을 겪게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나는 연구를 명목으로 연구소에 납치된 후 자신과 같은 여러 피실험자를 만나고, 그중에서도 열여덟 살 소년 '이한'에게 유독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지만 남성의 성 정체성을 가진 이한을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긍정하며 정서적인 유대감을 쌓아간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의 또 다른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을 덮은 후에는 이 책에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사랑이라고 말하기에는 더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소설이었다. 거대 자본에 얽혀 소시민들이 고통받는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소수자의 고통에 눈길을 던지며 그와 동시에 비슷한 상황에 처한 두 사람의 따뜻한 감정의 교류를 모두 보여준다.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흘러가던 초~중반부와 달리 결말부가 다소 빠르게 진행되어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오히려 재와 물거품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책이었다.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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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호더
프리다 맥파든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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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우가 치는 날 밤. 숲속의 오두막에 홀로 사는 케이시가 지붕이 무너지거나 나무가 쓰러질까 걱정하던 것도 잠시, 옷이 피투성이가 된 아이 하나를 집에 들이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챕터마다 시점이 번갈아 가며 나오고,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책을 잡은 지 몇 시간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버렸다.


 자식을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에 사실 나는 온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자식은, 특히 어릴수록, 부모에게 한없이 약한 존재이다. 「차일드 호더」는 아동학대와 그 학대에 대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작중 ‘엘라’의 엄마는 물건을 집 안에 산처럼 쌓아두고, 본인은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나가면서 엘라를 벽장에 가둬 버리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이고, 심지어 담배꽁초를 엘라의 팔뚝에 지져 버리기까지 한다. 심지어 작가가 이러한 행동들에 그 어떤 당위성이나 핑계조차 부여하지 않아 읽는 입장에서는 엘라의 엄마를 보며 욕이 저절로 나왔던 것 같다. 자기연민과 정신적인 문제로 어린 딸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모습은 제3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


 소설에 반전이 있다는 사실은 표지의 추천사를 보았기 때문에 미리 알고 시작했는데, 나는 끝까지 반전이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내가 예상했던 반전은 모조리 다 틀렸고, 후반부에서 이야기의 전말이 밝혀지면서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거의 얼떨떨한 기분까지 들었던 것 같다. 근래에 ‘반전’을 이용해서 나를 놀래켰던 작품들 중 단연 1위가 아닐까.


 아동학대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거나 관련 소재를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읽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스릴러 작품이나 반전이 있는 작품을 즐겨 읽는 독자라면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작가인 프리다 맥파든의 다른 소설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아주 재미있게 쓰여진, 그러면서도 독자들에게 아동학대에 관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다.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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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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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준다, 는 표현은 익숙하지만 말해준다, 는 표현은 어쩐지 입에 붙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듣는 게 말하는 것보다 어려워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상대의 말을 흘려가며 듣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정말로 상대의 말을, 의도를, 마음을 읽고 듣는다는 건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없을 거라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1. 사송, 김엄지

 인간관계에서 정말 듣는다는 건 뭘까. 단편 속의 남자는 L의 말을 들었다고는 하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서 그가 정말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상대의 말을 독백으로 만들어버리는 일이다.


2. 하루치의 말, 김엄지

 내 말을 잘 들어주는(것 같은) 사람이란 얼마나 강력하고 한편으로는 위험해질 수 있는가. 남의 앞에서 무장이 해제되어 안 해도 좋을 말을 줄줄 늘어놓고 집에 와서 후회하고 자기검열의 시간을 가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3. 나의 살던 고향은, 백온유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의 고향 한서는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듣는 사람은 없는 곳이다. 이런 곳에 있으면 본인 역시도 듣는 방법을 잊게 된다. 가장 먼저로는 본인의 마음 속 소리조차 못 듣게 되는 것이다. 버섯 산을 태웠으니 이제 들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날 수 있었으면 한다.


4. 폭음이 들려오면, 서이제

 귀지를 빼더니 갑자기 사춘기 조카와 나이 차 많이 나는 누나 모녀 사이에 껴서 청자가 되는 삼촌 이야기. 사실 남의 입을 여는 방법은 들어주는 건데 이 당연한 걸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고.


5. 전래되지 않은 동화, 최제훈

 모든 소리 다 이상 없이 들리지만 오직 나 자신의 목소리만이 안 들리는 사람의 우왕좌왕 아무 말 동화. 본인 목소리를 못 듣다 보니 개연성과 일관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종래에는 이 전기수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다섯 개의 단편 중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것은 두 번째 이야기인 <하루치의 말>이었다.

말하는 사람이 후회하는 이유가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나. 에 있다면 듣는 사람의 고민은 상대의 의도와 감정을 포착해야 하는 에너지 소모적인 쪽에 있지 않나 싶다. 현서의 잘못과는 별개로 말하고 듣는다는 문제에 있어서는 두 인물의 심리 모두가 이해가 가는 작품이었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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