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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엔 무조건 엄마 편
김이경 지음 / 샘터사 / 2025년 8월
평점 :

“이제는, 내가 다 기억할 것이다. 엄마의 응원을, 엄마의 사랑을. 엄마가 내 엄마였다는 걸.”
이 책을 보고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엄마 이야기로도 책을 쓸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럼 난 정말 할 얘기가 많은데.
나는 에세이를 읽지 않는다. 정확히는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양산형 에세이”의 감성이 싫다. 나의 불행이나 나의 성공을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글로 표현되는 외양에서는 이거 별 거 아니라는 식의 그 계산적인 무심함. 그런데 결국은 까보면 다 자기 자랑 아니면 자기연민이다.
이렇게 에세이를 싫어하는데도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엄마 이야기라서.
나는 엄마라는 단어를 애증으로 치환할 수 있다. 물론 사랑이 훨씬 크긴 한데 가끔 차오르는 증오가 그 사랑을 잡아먹을 만큼 커서 그럴까? 우리 집은, 콩가루는 절대로 아니지만, 나 역시 좋은 딸은 아니었고 우리 엄마도 좋은 엄마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비집고 올라오는 ‘충분히 좋은 딸이셨던 것 같은데요?’ 하는 마음의 소리를 누르느라 고생을 좀 했다.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아서 부러웠다. 그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걸까? 엄마 얘기 하는 사람들 보면 크고 굵직한 이야기부터 어떻게 기억하나 싶은 사소한 것까지 다 꺼내놓곤 해서 매번 신기했다. 나 역시 남에게 우리 엄마 얘기를 해야 한다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엄마와 나의 관계는 다소 불공평하다고 느껴진다. 큰 이변이 있지 않다면 우리 엄마가 나를 먼저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항상 을일 수밖에 없다. 남아서 실수와 잘못을 곱씹는 건 다 내가 될 테니까. 남아서 기억하는 것도 나뿐일 것이다. 우리 엄마는 나를 “딸!”이라고 자주 불렀고 어쩐지 나는 내 이름보다 그 호칭이 더 좋았다는 것 같은 이런 시시콜콜한 것들도.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헌신적인 사랑은 흔히 조명되지만 그 반대는 같은 크기임에도 흔치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시종일관 딸의 입장이었다. 부모만큼이나 자식도 열렬하게 부모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디 가서 외치고 싶어졌을 정도로.
(샘터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