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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밥해먹기
김혜경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두달 여남짓하게 결혼을 앞두고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책을 구입했다. 나 역시 결혼 후에도 당연히(?) 직장을 다니려고 생각하고 있는터라 제목만으로도 반가운 요리책이었다.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주말에 짬이 나면 간단한 요리도 해보고 파운드 케익도 구워보고 했던 터라 요리책에 나오는 내용들이 아주 생소하지만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구입하면서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이라는 책도 함께 구입했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두권을 같이 구입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일하면서 밥해먹기'만 구입했더라면 각종 깡통음식(통조림)과 냉동식품, 반조리 식품, 난생 처음 들어보는 각종 수입 양념/소스 등에 치여 이게 무슨 요리책이야!하고 화를 낼 뻔 했고,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만 구입했더라면 만두국을 끓이기 위해 만두피 반죽부터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저자의 정성에 기절할 뻔 했을것 같다. (감사해서가 아니라 그에 필요한 시간과 노동력 등 상상만 해도 끔찍하거든요.)
무슨 얘기냐면...'일하면서-'는 바쁜 직장 여성들에게 그나마 밥해먹고 살수 있는 유용한 팁을 많이 가르쳐주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며느리-'는 정말 요리의 정석을 가르쳐주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말이다. 사실 아래 많은 분들께서 지적해주신데로 '일하면서-' 이 책이 돈 많은 전업주부들이나 실현 가능한, 나같은 신혼의 초보 직딩 주부에게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좀 하고 있는건 사실이다. 나도 냉동고, 김치냉장고 사서 꽉꽉 채워놓구 식기 세척기사고 명품그릇 사서 우아하게 살고싶지만, 돈도 없을 뿐더러 그런 전자제품 놓을 공간도 없다(!_!). 그리구 아직까진 일주일에 한번 하는 내방 청소랑 자잘한 손빨래밖에 안하는 편한 인생이지만 주말되면 피곤해서 교회가는 것도 힘든데 장보고 재료 다듬고 냉동시키고...그리고 나머지 집안일들까지 다 할 수 있을지 무지하게 걱정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당장 책 제목 바꿔요!'하고 소리치고 싶다.
하지만 무슨 요리책이든 우리가 뭐 그대로 다 따라한 적 있나?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자. 어짜피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랑, 내가 하고싶은 것만 하면 되는거다. 저자의 말 중에서 음식준비시간을 단축하는 키 포인트는 '요리의 프로세스를 꿰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에 동감한다. 음식 하나 준비하는데 요리책을 옆에 펴 놓고 매 단계마다 책을 보면서 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많이 걸리겠는가! 그래서 요즘은 시간이 나는데로 '며느리-'에 나오는 레시피랑 요리 순서를 열심히 읽고있다. 많이 해먹는 음식은 외울때까지 읽어야지.
그리고 사실 '일하면서-'에도 쓸만한 요리방법이 꽤 나온다. 지난 주말엔 책에 나오는데로 고추잡채를 만들어 먹었는데, 방법도 엄청 간단할 뿐더러 온 가족이, 그리고 플러스-남자친구까지, 아주 만족스러워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중국집에서 먹는 것 보다 훨씬 맛있다는 아부를 열심히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