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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데이. 우리 불쌍한 딸내미 우리 불쌍한 손주들에게 줄 수 있는 건 지한테 아무 것도 없심다. 그저 제가 밤톨이라도 주워줄 수 있게 좋은 날씨와 바람을 주십시오. 물 주고 수고하는 건 제가 하겠습니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 中에서

 

나무를 심는 마음이 아니라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이러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라도 그걸 이루시는 것은 하나님이라고 했던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우리는 연역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살아가면서 동쪽에서 해가 뜨는 것을 매일 아침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 일을 열심히 행할 때 하늘도 사람도 돕게 된다는 것을, 그걸 알면서도 깨닫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그걸 조금씩 알아간다면,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도 그다지 싫지만은 않다.

민둥산에 회초리같은 작은 나뭇가지를 심은지 10년, 20년... 그래도 매일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하늘에 바라는 것은 나무가 잘자라게 좋은 날씨와 바람을 달라는 촌부는 오늘도 물주고 수고하는 일을 계속한다.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서. 물려줄 것 없는 아비는 마지막 희망을 붙들고 오늘도 아무 탓하는 마음없이 나무를 키운다. 

우리가 바라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것, 그리고 거스를 수 없는 이 세상의 이치와 순리... 이것들을 조금씩 알아간다면 살아가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지 않을까.  

우리가 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하는 오늘 하루가 되기를...

  2010. 12. 21  Syl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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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산장에 처음 가서 내가 호롱불을 만들어 현관에 달아놨어요. 근데 작은 호롱불빛이 말이야. 멀리 화엄사 입구에서도 보여. 등불이라는 게 그렇더라고. 어둠 속에서 헤매던 사람들이 그걸 보고 찾아오는 거야. 길게 밝혀 준다고 그걸 장명등이라고 하지.”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 中에서

겨울의 해가 늦게 뜨는지라 아침에 나서는 시간은 점점 새벽 미명 아래에 이루어진다. 안개가 짙게 끼인 날이면 더더욱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발걸음 데 놓기가 힘들어진다. 시골이라 일찍 깨어있는 노인의 집에서 켜놓은 작은 형광등이나, 서둘러 소를 돌보는 농부의 부지런한 손놀림에 의해 켜진 백열등이 아니면 거의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저 멀리서 첫 버스가 안개 속에서 달려오면 그 작은 불빛이 이미 시골길을 다 밝히고 있다. "장명등" .  누군가를 위해 밝혀둔 불빛이라면 더더욱 그 빛을 발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마움은 더 찬란할 것이다.  

나의 내면을 밝히는 꾸준한 작업도 중요하지만 삶이 지속되는 한, 누군가를 위해 작은 촛불 하나 마련한다면, 그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2010. 12. 20  Syl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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