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산장에 처음 가서 내가 호롱불을 만들어 현관에 달아놨어요. 근데 작은 호롱불빛이 말이야. 멀리 화엄사 입구에서도 보여. 등불이라는 게 그렇더라고. 어둠 속에서 헤매던 사람들이 그걸 보고 찾아오는 거야. 길게 밝혀 준다고 그걸 장명등이라고 하지.”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 中에서

겨울의 해가 늦게 뜨는지라 아침에 나서는 시간은 점점 새벽 미명 아래에 이루어진다. 안개가 짙게 끼인 날이면 더더욱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발걸음 데 놓기가 힘들어진다. 시골이라 일찍 깨어있는 노인의 집에서 켜놓은 작은 형광등이나, 서둘러 소를 돌보는 농부의 부지런한 손놀림에 의해 켜진 백열등이 아니면 거의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저 멀리서 첫 버스가 안개 속에서 달려오면 그 작은 불빛이 이미 시골길을 다 밝히고 있다. "장명등" .  누군가를 위해 밝혀둔 불빛이라면 더더욱 그 빛을 발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마움은 더 찬란할 것이다.  

나의 내면을 밝히는 꾸준한 작업도 중요하지만 삶이 지속되는 한, 누군가를 위해 작은 촛불 하나 마련한다면, 그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2010. 12. 20  Sylv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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