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 엘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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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인입니다>를 읽었다. 실은 리뷰를 쓰기가 힘들었다. 몰려오는 여러 감정에 압도되어 정리하기도, 써내려가기도 벅찼다. 그래도 써본다. 그래픽노블은 처음 접해봤는데 내용의 깊이가 결코 얕지 않았다. 오히려 온 연령이 다함께 읽고 생각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 부모님이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면, 내 조부모님이 사람들을 여럿 학살한 사람이라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게 될까? 더 확장해서, 내 조상이, 내 민족이 다른 민족을 이유없이 대량학살했다고 하면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할까?

우리는 역사를 가깝게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아주 언뜻만 생각해도 역사는 결코 멀리있지 않다. 우리는 역사 속 인물과 사건들을 평가하고 정의내리기를 반복하며 현재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의 조상은 선해야만 하고 정의로워야만 한다. 그래야 자긍심을 느끼며 살 테니까. (이것이 일본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역사를 왜곡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내 안에 bad blood가 흐르고 있다고 인정하기 싫을테니까)

저자인 노라 크루크는 77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이 책은 히틀러 편에 섰던 본인의 일가족에 대한 조사를 하며 과거를 기억하고, 되짚어보고, 바로잡고, 바로 세우려는 쉼 없는 노력의 결과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는 그때 웃으며 기꺼이 유대인들을 나치에게 고발했을까?’ ‘외삼촌은 그 전투에서 기쁜 마음으로 유대인들을 죽였을까?’와 같은 불안함에 기초한 탐구다.

지난 역사를 처절하게 반성하고 있다는 독일 국민들의 이야기를 추상적으로만 알았지 당사자의 이야기를 이렇게 텍스트로 접한 적은 없었다. (그것도 생생한 자료와 함께!) 이 책을 통해 전후 2세대 독일인들의 내면을 처음 엿볼 수 있었다. 과거청산 교육을 받은 최초 세대에게 ‘독일인’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로운 세대의 정체성은 어디쯤 와있는지 깊이 탐색하고 있다. 정신적 고향을 상실하고 과거의 시간을 부정해야 하는 독일인 마음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그리고 다 읽고 난 후 처연한 여운이 멤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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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도 허전하지 않습니다 - 줄일수록 뿌듯한 제로 웨이스트 비건 생활기
이소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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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을 느끼며 산다.
내가 사는 것이 이 세상에, 지구에, 다른 타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를 끼치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급적 텀블러를 들고 다니려하고, 다회용 빨대를 이용한다.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와 락앤락을 들고 마트에 간다.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딱 그만큼만 하는 나는 늘 마음 구석에 죄의식을 지니고 있다. '너 좀 더 할 수 있잖아...'라며.

정말 무해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에 비거니즘 라이프를 사는 이들의 에세이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기도 여러번.
이번에는 이소 작가님의 제로웨이스트 비건 생활기 <비워도 허전하지 않습니다>를 읽었다.

제로 웨이스트 비건 생활기를 실천하는 작가님의 일상과 단상 모음 에세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노푸'. 너무나 당연히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여기는 것들도 알고보면 불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

묵묵히 실천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어요'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doer들에게 오늘도 감사하다. 나도 한발짝 더 용기 내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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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북멘토 그림책 9
김지연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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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작가님의 그림책 <일어나>를 읽었다. 최근에 본 그림책 중 가장 신선하고 산뜻하고 재밌었다.

물방울로 묘사되는 '걱정'들.
그리고 '걱정'들이 모여 이룬 '걱정바다'에 빠진 주인공의 이야기다.
걱정, 그것 참 별거 아니라고 털고 일어나라고 격려해주는 귀엽고 따스한 책이다. 내용을 풀어가는 방식은 뻔하지 않다. 하지만 익숙한 교훈을 준다.

특히 좋았던 점은, '걱정물방울'들이 궁시렁 대는 것이 매우 재밌고 위트가 넘친다는 것!
걱정 많은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보면서 웃음 지을 수 있는 다정한 그림책. 추천한다🥰
(책 전반에 걸친 형광색 컬러도 넘 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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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하다
이학범 지음 / 크레파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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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수의사 이학범 님의 신간이다.

이학범 님은 서울대학교 수의대를 졸업하고 동물신문인 '데일리펫'을 창간 후 운영중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은 기사와 칼럼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객관적인 수치와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국 반려동물의 현주소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 내게 "한국의 반려동물 실태는 어떤가요?" 혹은 한국 반려동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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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Stop; '아무것도 아닌'을 위하여 보통날의 그림책 3
토미 웅게러 지음, 김서정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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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임에도 어려웠다.
온갖 메타포를 이용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디스토피아 세계 속에서 '도움, 구원'을 상징하는 듯한 그림자.
왜 그림자였을까를 고민해보니 나와 닮은 모습이라 스스로를 돕는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았다. 

아니면 형체가 명확하지 않은 도움의 손길들을 의미하는 것이었을지도...

그 그림자를 따라 길을 나아가는 주인공이 '아무것도 아닌'이라는 이름을 지닌 형체의 간청으로 그 자식을 구하고 함께 안전과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왜 이름이 '아무것도 아닌'인것일까. 실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인식되는 소외된 존재들을 대변한 건 아닐까.

저자인 토미 웅게러는 프랑스와 독일이 맞닿은 국경에서 자랐다. 어린시절 2차세계대전의 참상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모든 폭력, 편견, 불평등, 광신주의를 혐오하게 되었다고한다. 어린이의 지성을 존중하기에 현실을 애써 미화하는 법도 없다. 이 한권만으로도 그의 이런 작가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모든 연령을 위한 그림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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