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수리와 설치, 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통신회사 현장팀에서 26년을 일했다.그에겐 새끼 고양이처럼 연약하고 자그마하던 회사가지금처럼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데에 비밀스러운 자부심과 동료 의식이 있었다. 그런 것들은 오랜 세월 아무도 모르게 그의 몸 어딘가에 새겨진 것 같았다. - P9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정든 낡은 스웨터를 입고 지내는 게 정말 좋다. 예전에 즐겨 듣던 음반들 적당한 열기를 내는 장작불우리의 손때가 묻은 낡은 책들. 이 느긋함. 이 편안함, 꿈을 꾸는 시간 나는 꿈을 꾼다. 나는 남녘으로 도망치는 꿈을 꾼다. -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