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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나의 아침을 행복하게 해준 책이다.
내 주변을 돌아보는 것, 사람,풍경 소중한 것들을 은은히 바라보며 그 안에서 기쁨을 갖기 위한 적당한 거리, 친절을 베풀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으로,책에 읽히지 말며 책을 읽을 것,
자연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들, 그리고 좋은 말씀은 내가 서 있는 바로 지금 이곳에서 내 자신 답게 살고 있다면, 그 좋은 말씀이 살아숨쉰다는 것.
실천하는 지성, 가슴따스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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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건 친절이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다. 사람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친절과 보살핌이 진정한 '대한민국'을 이루고,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만나는 대상마다 그가 곧 내 '복밭'이고 '선지식'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 그곳에 그가 있어 내가 친절을 일깨우고 따뜻한 배려를 낳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0쪽)
종교만이 아니라 우리들 삶도 바로 지금 이 자리를 떠나서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있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다른 시절이 있지 않다."는 임제 선사의 가르침도 같은 뜻이다. (116쪽)
어느날 아침 내 둘레를 돌아보고 새삼스레 느낀 일인데, 내 둘레에 무엇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보았다. 차와 책과 음악이 떠올랐다. 마실 차가 있고, 읽을 책이 있고, 듣고 즐기는 음악이 있음에 저절로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오두막 살림살이 이만하면 넉넉하구나 싶었다. 차와 책과 음악이 곁에 있어 내 삶에 생기를 북돋아 주고 나를 녹슬지 않게 거들어 주고 있음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119쪽)
책은 가려서 읽어야 한다. 읽고 나서 남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은 좋은 책이다. 읽을 책도 많은데 시시한 책에 시간과 기운을 빼앗기는 것은 인생의 낭비다. 사실 두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 그럼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좋은 책은 세월이 결정한다.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책, 잠든 내 영혼을 불러일으켜 삶의 의미와 기쁨을 안겨 주는 책은 그 수명이 길다. 수많은 세월을 거쳐 지금도 책으로서 살아 숨쉬는 동서양의 고전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중략)... 책을 가까이 하면서도 그 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일지라도 거기에 얽매이면 자신의 눈을 잃는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서 콕 막힌 사람들이 더러 있다. 책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읽을 수 있을 때 열린 세상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책에 읽히지 않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책에는 분명 길이 있다. (120쪽)
휴정 선사의 법을 이어받은 편양 언기 스님은 뜰에 핀 꼿을 보고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비 내린 뒤 뜰에는 가득 꽃이 피어
맑은 향기 스며들어 새벽창이 신선하다.
꽃은 뜻이 있어 사람을 보고 웃는데
선방의 스님들 헛되이 봄을 보낸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어야 봄이 온다.
그러나 아직은 이른 봄. (127~128쪽)
철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좋은 차를 대하면, 한 잎 한 잎 정성을 다해 선별해서 만든 그 사람에게 저절로 고마운 생각이 든다. 만든 사람의 그 인품이 차 향기에 배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차 맛을 두고 생각할 때 사람의 일도 또한 이와 같을 것 같다. 어떤 상황 아래서도 변덕을 부리지 않고 그가 지닌 인품과 인간미를 한결같이 이웃과 나눌 수 있다면 그는 만인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이웃이다. 이런 친구를 가까이 둔 사람은 복 받은 사람이다. (146쪽)
오늘날 우리들은 자신을 좁은 틀 속에 가두어 서로 닮으려고만 한다. 어째서 따로따로 떨어져 자기 자신다운 삶을 살려고 하지 않는가. 각자 스스로 한 사람의 당당한 인간이 될 수는 없는가. 저마다 최선의 장소는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바로 그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55쪽)
깨어 있고자 하는 사람은 바로 그 수간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좋은 친구란 주고받는 말이 없어도 마음이 편하고 투명하고 느긋하고 향기로운 사이다. 그 밖에 또 무엇을 찾는다면 그것은 헛된 욕심이고 부질없는 탐욕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좋은 말씀은 어디에 있는가?
그대가 서 있는 바로 지금 그곳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고 있다면, 그 자리에 좋은 말씀이 살아 숨쉰다. 명심하라. (176~177쪽)
그렇다, 사람도 얼마쯤의 거리를 두고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너무 가까이서 대하다 보면 자신의 주관과 부수적인 것들에 가려 그의 인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또는 풍경이든 바라보는 기쁨이 따라야 한다. 너무 가까이도 아니고 너무 멀리도 아닌, 알맞은 거리에서 바라보는 은은한 기쁨이 따라야 한다. (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