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좌절

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노무현 지음 / 학고재 / 2009년 9월

읽기 전 가슴이 떨렸으며,
책장을 덮은 후엔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게 한 책이 있었던가. 

故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생전에 쓰신 회고록과 그분의 철학을 담아낸 책.

우리 대한민국의 서민의 대통령으로 없는 자를 위할려하셨으며, 동과 서, 북과 남을 화합하려 하였으며, 모든 일에 균형을 이룰려고 했음을, 우리 국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확신 속에 그 어떤 모략과 횡포에도 굴하지 않고 추친해왔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라.

어찌해야할까.
이 곱디 고운 사람,
참 좋은 사람을 그리 아프게 보내보려서 어찌해야쓸까..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을 것이다.
그분의 뜻을 모래알만틈이라도 잇기 위해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련다.
굳게 다짐한다.
감사합니다.
가신 후에도 이 나라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시고, 우리들로 하여금 깨닫게 해주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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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노사모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국민들의 의식이 민주주의에 대해 아주 민감해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면 국민들의 의식이 역사, 정의, 민주주의 같은 가치에 대해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 그 사람들의 희망에 불을 댕길 수 있는 정당과 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이 두가지가 결합되었을 때 노사모 같은 사회적 현상이 폭발하는 것입니다.

 
참여정부 기간동안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제가 공약을 했던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공약한 것 가운데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지켜지고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는 사회, 이것은 성적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또 정경유착이나 반칙과 특혜, 특권이 없는 사회, 이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습니까? 어느정도 인정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 네 가지 국정원리, 즉 원칙과 신뢰, 투명과 공정, 분권과 자율, 대화와 타협을 내걸었는데 마지막이 시원치는 않았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는 데 큰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외에는 많은 성과가 있지 않았습니까?

 
참여정부 초반 내내 이야기했던 것이 경제 위기였습니다. 그 다음에 민생 파탄을 이야기하더니 요즘에는 그 이야기가 다 들어가고 없습니다. 이제는 '규제 완화 안 했다, 공무원을 왜 그렇게 늘렸느냐?' 이 두가지를 가지고 이야기 합니다. 경제 파탄, 민생 파탄이 먹히지 않으니까 왜 작은 정부를 하지 않았는가? 왜 공무원 수를 늘이는가? 규제가 오히려 더 늘었다, 그런 이야기 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경제 실패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강하게 이야기하면 서민들이 듣기에는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 번도 이렇게 이야기 하지는 못했습니다.

요즘 대선 후보들이 다니면서, '내가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죽은 놈을 살려야지, 살아있는 놈을 어떻게 살린다는 거야?'하면서 혼자 웃곤 합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과학적인 자세를 가져아 합니다. 개관적 사실을 사실로 인정할 줄 알아야 오늘을 바로 해석할 수 있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학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 같아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가장 과학적이어야합니다. 정책에 있어서도 학자들보다 한 걸은 앞서가야 합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무엇이 불의하다, 무엇이 잘못되었다' 그래서 '앞으로 민주주의 정치에서 무엇을 바로 잡고 발전시키겠다, 무엇을 개혁하겠다'하는 주제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가 이루어나가야 할 역사 발전의 주요 관제, 말하자면 남북관계나 평화정책 같은 문제들이 거의 쟁점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 내가 경제 잘하는 솜씨 좋은 대통령이다, 이런 것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덕성 검증에 관한 문제도 당연히 필요한 것인데 흐지부지해버리고 있습니다. 결국 이 시기에 역사적 과제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대통령 선거라는 중요한 국면에서 국민적 논쟁을 통해 과제로 설정하고, 다음 정부가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역사의 과정이 생략돼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요즘 솜씨 자랑을 많이 합니다. '경제는 내가 임자다'라는 식으로 솜씨 자랑을 많이 하는데 그것은 정치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빈다. 다만 정치에서 정말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핵심요소는 정체성입니다. 그 사람이 진보주의자냐, 보수주의자냐,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진보주의나 보수주의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원칙을 아는 정치인이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냐, 이것이 기본 요건입니다. '진보냐, 보수냐'이전에 믿을수 있는 사람이라야 진보도 있고 보수도 있는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 사이를 왔다갔다 해서 그 사람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우에는 이미 정체성 평가를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심사 대상이 안되는 것입니다. 유독 한국에서만 그런 기회주의자들이 도태되지 않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 다음 적어도 인간적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노무현과 차별화를 하려면 차별화할 가치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무엇을 잘못했다고 지적하고 무엇때문에 차별화해야겠다고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당신은 인기가 없으니까 차별화해야 되겠다' '당신 지지율이 떨어졌으니 차별화해야 되겠다'고 하면 인간적으로 배신자입니다. 그래서 원칙과 신뢰성, 일관성이 있어야 믿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기본 요소입니다. 

 

정치인들을 보면 대세에 편승해서, 즉 상황과 민심에 편승해서 표만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고 역사와 진보의 꼭 필요한 전선에 무주서서 상황을 돌파하고 때로는 민심을 새롭게 일으켜서 이끌고 가려는, 그런 깃발을 세우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저는 적어도 지도자가 될 정치인이라면 후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정치보다 경제가 더 부각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치 안습니다. 현재 우리 민주주의 수준에서 국민들이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투명성과 공정성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원칙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그러나 투명성과 공정성, 그리고 원칙적인 법치주의, 이것만으로 성숙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그러면서 대화하고 타협과 협상을 통해서 결론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통합의 과정이 부드럽게 이루어질 때라야 비로소 민주주의 통합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어느 강연에서 제3단계 민주주의라고 표현했는데 이 부분에 관한 한 한국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도 아니고 부재 수준입니다. 아무런 발전이 없는 수준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아직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정치가 뭐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 시기에 해야 될 일이 무엇인가, 이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에 대한 인식입니다.

정치인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잣대는 그 사람이 그 시기의 역사적 과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으며 그 역사적 과제를 풀기 우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우위의 사회 이후 지금 다시 나오는 것이 '제3의 길'과 '사회투자국가'입니다. 이 또한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를 두고 나온 것입니다.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단지 시장 경제를 뒷받침하는 것이냐, 아니면 모든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고 조정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시장이 지금처럼 경쟁하면 시장 자체가 멸망합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 지속 가능한 복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국가와 시장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사상과 제도의 모색이 시작되고 있고 이것이 우리에게도 역사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국역사에서 사회투자국가라는 새로운 전략, 한번도 써보지 않았던 새로운 전략을 국가발전 전략이자 경제발전 전략, 국민 복지 발전 전략으로 시도하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시장과 국가권력이 인간의 가치를 놓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원리에서 최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제가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사인을 매일 쓰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사람으로 대접받고 그러기 위해 각자가 시민으로서, 주권자로서 자기가 할 역할을 내나가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것이 잘 안됩니다. 여기서 시장 자유주의, 시장 주도의 사회에서 새로운 주류가 형성됩니다. 관치경제의 시대에는 특혜와 반칙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시장을 주도합니다. 그러나 자유시장 경제에서는 특혜와 반칙이 아니라 창의와 실력으로 정정당당히 경쟁해서 성공한 새로운 시장 주체들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칙을 존중하고 게임의 규칙을 존중합니다. 창의적 경쟁을 통해 새롭게 성공한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하고 자기 권리 주장이 분명하고 성공한 만큼 떳떳하게 대접받고 싶어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입니다. 시민적 자존심을 가지고 자부심이 강하고 원칙을 존중하고 규칙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각,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자각 같은 것을 지닌 사람이빈다.

 

- 책 내용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