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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평점 :
오랜 만에 신영복 선생의 글을 읽었다.
정확히 10년 전 그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었다.
'강의'를 읽으면서 오래된 '성인들'의 말들이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읽었던 신영복 선생의 말을 다시 새겼다.
'관계'는 '관점을 결정합니다.
행티 사나운 심사와 불신의 어두운 자국이 도리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사회와 인간에 대한 관념적이고 감상적인 인식으로부터 시원히 벗어나게 하고 있음을 보거나,
세상의 힘에 떠밀리고 시달려 영악해진 마음에 아직 맑은 강물 한 가닥 흐르고 있음을 볼 때에는,
문패처럼 그의 이미에서 그를 규정하고 있는 것들이 그에게 얼마나 부당한 것인가를 알게 됩니다.
바늘 구멍으로 황소를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대상이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경우에는 이 바라본다는 행위는 그를 알려는 태도가 못됩니다.
사람은 그림처럼 벽에 걸어놓고 바라볼 수 있는 정적 평면이 아니라 '관계'를 통하여 비로소 발휘되는
가능성의 총체이기에 그렇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아끼며 간직하고 있던 이 책에서 밑줄 그어놓았던 부분을 찾아 다시 읽어 보았다.
몇 달 동안 '어떻게 하면 잘 살까'하는 현실적인 생각, 세상은 왜 이리 어지러운가...뭐 이런 세상으로
체질에 맞지 않는 경제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서 몇 십 페이지를 남겨두고 끝까지 읽지 못하기를 반복했다.
도대체 답 없는 말처럼으로만 여겨지는 것들에게서 나는 내 머리만 탓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내 머리 탓이 아니라 '중심'을 잃은 탓이라는 걸.
알았지만 외면했던 그 마음을 터 놓는다.
좋은 책은 자주 자주 들여다보아야겠다.
고전을 읽고 성현들의 마음을 새기고 또 새기는 것은
하루 하루 우리 마음이 엇나가는 게 천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양적 가치는 어떤 추상적인 가치나 초월적 존재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 속에서 구하는 그런 구조입니다. 동양 사상의 핵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인(仁)이 바로 그러한 내용입니다.
인이 무엇인지는 한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논어>에서 그것을 묻는 제자에 따라 공자는 각각 다른 답변을 주고 있습니다만, 인(仁)은 기본적으로 인(人)+인(人) 즉 이인(二人)의 의미입니다. 즉 인간관계입니다. 인간을 인간(人間), 즉 인(人)과 인(人)의 관계로 이해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혹시 여러분 중에 간(間)에다 초점을 두는 '사이존재'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존재에 중심을 두는 개념입니다. 동양적 구성 원리로서의 관계론에서는 '관계가 존재'입니다."
"유럽 근대사는 존재론적 논리가 관철되는 강철의 역사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했습니다. 근대사의 정점에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패권적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입니다. 이러한 자본주의 논리가 바로 존재론의 논리이며 지배, 흡수, 합병이라는 동(同)의 논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