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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진화 - 최초의 언어를 찾아서
크리스틴 케닐리 지음, 전소영 옮김 / 알마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기존의 내 편협한 지식으로 알고 있던 가설은 아이들은 어른들의 가르침 없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언어를 창조해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아이들이 그토록 모국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 건 배우기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에 스스로 창조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물론 어른들의 문화를 접하기 쉬운 환경이면 그 과정은 더 빨리 그리고 손쉽게 진행된다. (아줌마 심리학자 이름이 갑자기 생각 안나는데 그 아줌마의 양육가설에 의하면 언어뿐 아니라 사회성과 성격도 그런 과정을 거친다. 스티븐 핑커도 역시 그렇게 얘기했다. ) 이에 대한 증거로는 니카라과에서 모인, 수화를 배우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서 아예 새로운 수화 언어를 창조해 낸 이야기.
최근 본 책인 언어의 진화의 말미에 이런 내용이 나와있다. 애기들을 모아서 섬에 떨궈놓고 밥만 어떻게 잘 멕이면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유수의 언어학자들의 의견. 언어학자들의 한 절반 정도는 단 두명만 있어도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길 했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는 좀 더 디테일하고 까다로운 조건이 들어간다. 어떤이는 최소 역치가 삼십명은 있어야 하고, 그것도 계속 애기들이 유입되어야 하며, 그 첫세대는 고작 우끼우끼 이거 머겅 저거 머겅 하는 매우 단순한 언어만 구사할 것이라 한다. 세대가 거듭날 수록 아이들은 고차원적인 문법으로 언어체계를 발전시킨다.
결국 우리의 아름답고 복잡한 언어 체계는 완전 본능도 또 완전 학습도 아니고 계속해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지. 과거 내 생각으론 언어체계 자체는 이미 본능적으로 완벽히 내재되어있고(노암 촘스키와 비슷한 생각!)단지 어휘수만이 차이가 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소수의 의견으로 이런 게 있었다. 애들의 사회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식 사회가 아닌 규율과 법칙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사회여야만 언어가 생길 거라고( 특히 성규율이 중요하단다. 사춘기 남자애들의 쎾쓰에 대한 갈망을 스스로 잘 통제해야 한다고...)이걸 다르게 말해보면 침팬치와 보노보는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못 배운게 아니고 규율고 사회성이 없기 때문에 언어가 없는 것이다.(논리비약이 좀 있다만 책을 읽으면 논리 다 채워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