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건축 - 도시를 살리는 건축, 도시를 망치는 건축
이경훈 지음 / 푸른숲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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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전작인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란 책을 전에 읽어 봤다. 지은이에 따르면, 도시는 교외와는 다른 도시만의 공간적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도시는 보행자 중심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 사람은 걸으면 도시의 가치를 완성하고, '걷는 사람'을 위해 도시와 건축과 공공행정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불편함이 없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 공원보다는 상점, 주차장보다는 보행도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은 그런 면에서 심각한 보행자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공원은 너무 많고(정말? 이사람 말에 따르면 그렇다. 생각해 보면 일리 있다), 자가용도 너무 많고, 자가용을 위한 도로도 너무 넓고, 특히 최악은 보행도로에 올라와야 하는 주차 공간이다.


이번 작 '못된 건축'에서는 이러한 보행자 중심 도시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되는 여러 서울의 건축들을 소개하는데, 재미있게도 어떤 건축물들은 누구나 동의할 만한 최악의 건축물들이지만 (아파트, 남대문 주변 빌딩들, 대형 쇼핑몰, 세운상가), 평가가 엇갈리는 것들도 있다 (ECC, 땅콩집). 뭐 인문학에 정답이 어디있나. 특히 광화문 트윈트리 타워와 DDP는 이 사람이 높게 평가하는 건축인데, 트윈트리타워의 경우 동십자각을 살리기 위한 여러 장치 (시각 통로나, 동십자각의 배경으로서 존재하는 건축 이미지)를 높게 봤고, DDP의 경우도 쿤스트하우스의 예를 들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의 의의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아파트 얘기를 해 보자. 대한민국의 욕망의 최정점 고층아파트는 왜 우리나라에서 이토록 흥하는 걸까. 아파트는 르 코르뷔지에의 모더니즘의 극치였다가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프루이트 아이고 철거 사태 이후로 모더니즘 몰락의 상징이 되었다. 공원화된 아파트 단지 내는 보행자가 사라져 범죄가 들끓고(이건 미국의 프루이트 아이고 얘기...우리나라에선?), 주차장을 독점하고 울타리를 쳐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에 도움은커녕 공공행정의 이득만 쪽쪽 빨아먹는 도시의 암덩어리가 된다.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아파트는 대한민국을 점령했고 아파트는 강원도 사북에서도 흥하는 대표적인 주거 형태가 되었다. 우리는 왜 이런 도시에 살고 있는 걸까? 돈독이 올라서?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인문학적 토양이 부족해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낸다 해도 인구과다의 서울에, 아파트가 아닌 적합한 주거환경이 뭔지 해답을 찾아내는 과정도 험난할 테고, 영영 그 해답이 나오지 않아 계속해서 천만명이 못된 아파트에 100년동안 거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똑똑하신 도시전문가와 행정가들이 좀 빨리 해답을 내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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