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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보기 - 의식의 기원
니콜러스 험프리 지음, 조세형 옮김 / 이음 / 2014년 3월
평점 :
빨강 보기: 의식의 기원 - 니콜라스 험프리
소위 '의식의 수수께끼' 에 대한 또 다른 책이며, '우리는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내용의 또 다른 버전이올시다. 분량은 매우 얇지만 어느 정도는 핵심적인 내용만 쏙쏙 뽑아 흥미로운 부분에 대해서만 접근하고 있지만, 뒤로 갈수록 과학적 증거를 소홀히 하고 뜬구름 잡는 경향도 없잖아 있다.
내용 요약
1. 감각과 지각의 two stream hypothesis: 시각의 ventral / dorsal pathway의 구분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으로, 감각(sensation)이라고 이름붙인 감각질(qualia)과(빨강이 우리에게 빨강이라고 느껴지는 그 무엇) 지각(perception)이라고 이름붙인 인식 능력(어떤 물체가 빨강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능력)의 두 흐름이 서로의 신경적 연관관계도 없고, 진화도 따로따로 이루어졌다는 주장이다.
2. '현재'라는 관점의 비순간성: 의식으로서의 현재는 시간적 '순간'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과거에서부터 지금 순간, 그리고 미래의 '예측'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들어온 감각을 머릿속에서 re-entrant circuit으로 계속 돌려서 점점 복잡하게 형성시켜과는 과정이다. 이것은 데니얼 데닛의 <의식의 수수께끼를 풀다>라는 책의 '다중 원고 모형'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역시나 뒤에 감사의 말을 보니 어느 정도는 데닛과 교류하는 것 같더라.
3. 유전자가 우리를 심신이원론적으로 생각하게 만듬: 제곧내. 이 내용은 동의하기도 좀 뭐하고 과학적 증거도 아리송 ㅋㅋ 별로였음.
의식을 파헤치는 입장은 두 가지가 있는데, 의식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파악하는 입장으로, 말하자면 왜 의식은 진화했는가, 유전자는 왜 의식같은 것 만들었는가 하는 것에 대한 물음이다. 또 하나는 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 입장으로, 이는 필연적으로 의식의 물리주의적 작동 원리와 실제 구현(인공의식)을 만드는 방법을 파게 된다. 왜 만들어졌는가는 솔직히 나로선 별로 대단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왜'라는 질문은 진화론이 이케이케 했어요 이기적 유전자가 요로케조로케 했어요라고 대충 얼버무리면 대충 다 그럴듯하게 이해되는 반면에, '어떻게'라는 질문은 공대생이 그걸 만드는 데 성공해야 되기 때문에 존나게 어렵고 아직도 1%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처음에 자신만만하게 의식을 다 파헤쳤다고 말했지만, 결국 결론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만이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냥 잘 쓴, 또 하나의 의식의 수수께끼를 못푼 하나의 의식 책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