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 완결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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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3: 사신의 영생』 줄거리

과학자 청신은 삼체 위기(2권의 배경) 시절 ‘우주선을 광속의 1%의 속력에 도달하게 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 관계자였다. 그녀는 죽어가기 직전이었던 그녀의 친구 윈텐밍의 뇌를 그 우주선에 실어 보낸다. 그녀는 삼체 위기가 해결된 이후의 세계에서, 삼체 문명의 공격을 암흑의 숲 위협으로 틀어막는 2대 ‘검잡이’로 선발된다. 그러나 그녀가 검잡이로 선발된 즉시 삼체 문명은 지구 문명을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파괴하고, 그녀는 10분 동안 망설이기만 하며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한다. 결국 인류는 거의 전부가 지구 땅을 삼체인들에게 내주고 호주 땅에 유폐되는 운명에 처한다.


하지만 어찌저찌하여 암흑의 숲 위협이 우주 전체로 발사되고, 인류는 물러나는 삼체 문명에게 ‘지금까지 즐거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를 시전하며 평화를 되찾는다. 하지만 그들의 평화 또한 일시적인 것이었으니, 암흑의 숲 위협은 태양계에도 해당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청신은 윈톈밍의 뇌가 삼체인들에 의해 살아있다는 소식을 삼체인을 통해 듣고, 그를 만난다. 윈톈밍은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상징적인 동화를 통해 들려주고, 인류는 이후 그 동화가 지칭하는 기술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백여 년을 기술 발전에 매진한다.


지구는 어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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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삼체』 시리즈는 내 하드SF 열독 인생의 이정표가 되는 작품이었기에, 리뷰를 조져 주는 건 인지상정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2021년 『삼체 1: 삼체문제』와 『삼체 2: 암흑의 숲』의 브런치 서평과 함께, 유튜브 콘텐츠로도 작품 소개를 했다. 하지만 『삼체 3: 사신의 영생』에 대한 리뷰는 그 후 2년 반 동안마무리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3권은 명작의 반열이라 하기엔 1권이나 2권보다 딸리는 지점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영원히 하지 않을 생각이었는지도 몰랐다.


이제 와서 못다 한 마지막 작품에 대한 리뷰를 끄집어 내는 이유는 첫번째로, 새로운 ‘자음과모음’ 판본을 읽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넷플릭스의 미국 드라마 『삼체』가 생각보다 좋은 평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드라마 시즌 1을 완주했는데 (중드는 그다지 땡기지 않아서 보지 않았다.) 시즌 1에서 이미 1권과 2권, 3권의 등장인물들이 동시에 출연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각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미있게도 각본상 1권, 2권, 3권 주인공들이 드라마에서는 모두 친구사이이고, 3권의 주인공 청신은 (드라마에서는 ‘진 청’이라는 이름) 1권의 주인공 왕먀오가 삼체 VR 게임을 하는 역할까지 모두 가져와 버렸다. 흥미롭고도 파격적인 각색이라, 드라마가 앞으로 진행할 이야기의 행방을 원작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 드라마의 불안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 내가 3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지점이 바로 이 인물, ‘청신’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시즌 1에서부터 벌써 소설 1권~3권의 초반을 병렬로 진행하는 구성이라, 각본상 삼체 3권의 플롯이 드라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터이다. 하지만 ‘청신’의 캐릭터가 별로인걸? 게다가 3권의 결말도 별로다. 소설 1권이나 2권을 드라마화하는 것으로도 이야기의 구성을 지키며 좋은 결말로 완성할 수 있는데, 드라마 각본상 소설 3권의 내용까지 섞여 버리면 이 드라마의 결말은 소설 1권과 2권의 좋은 결말이 그리는 시간을 아득히 넘는, 가히 아스트랄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소설 3권의 결말로 끝을 내야 한다.


이 소설의 문제점은 주역인 ‘청신’이 플롯상 그렇게 좋은 역할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녀는 극중에서 두 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첫 번째로, 2대 검잡이로 선발된 즉시 검잡이의 과즁한 역할을 감내하지 못하고 임무에 손을 놓는다. 그로 인해 인류는 삼체 문명으로부터 ‘지구’를 내주고 호주에 이민해 전쟁포로와도 같은 삶을 산다. 두 번째로, 그녀는 악역 ‘웨이드’의 광속 우주선 개발을 반대해 실질적으로 인류가 광속 우주선을 뒤늦게 개발하도록 한다. 그리하여 인류는 누군가가 쏘아 보낸 암흑의 숲 프로토콜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멸망한다. (그 와중에 청신은 홀로 살아남는다.)


물론 등장인물의 실수와 그로 인한 파국은 좋은 스토리의 필수 요소이다. 그로 인해 인물이 성장하고 세계를 구해낸다면 그렇다. 하지만 『삼체 3』의 치명적인 스토리상 헛점은, 청신은 성장하지 않고 세계를 구하지조차 않은 채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한다는 점이다. (물론 세계를 구하는 이야기는 좋은 스토리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건 아니다. 인물이 실수를 통해 세계를 멸망시키지만 우주에 홀로 살아남아도 인물이 성장하기만 한다면 좋은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즉, 스토리에 있어서 핵심은 '등장인물의 성장'이다)


그녀가 합리화하는 방식은 극중에서 굉장히 ‘직접적으로’ 서술되는 지점이라 마치 작가 류츠신이 하늘에 갑자기 등장해 외치는 것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다. 청신이 검잡이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극중에서는 인류의 모성애를 떠오르게 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서술한다. 청신이 광속 우주선 개발을 반대해 인류가 직접적으로 멸망한 것에 대해서, 극중에서는 청신이 그렇게 했었지만 그게 직접적으로 멸망의 단초가 된 것은 아니고 수많은 원인 중 작은 하나일 뿐이며, 청신 스스로 그렇게 평가하는 건 청신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서술한다. 내가 느끼기엔 이런 방식은 플롯 상 인물의 내적 성장이 아니라 합리화일 뿐이다.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의 서사로 인해 마지막 장에서 이루어지는 우주적인 스케일의 결말은 단지 ‘거대하기만 할 뿐’ 그리 와닿지 않는 머나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물론 소설의 재미가 꼭 인물의 성장이나 장렬한 복수, 살아남아 최종적으로 인간의 소중한 가치를 되살리는 등의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인류가 싸그리 멸망하고 거대한 우주의 코스믹 호러적인 공포를 감당하는 것 또한 좋은 소설의 가치이다. 그리고 『삼체 3』의 가치는 바로 이 우주의 극단까지 이르는 코스믹 공포를 스토리적으로 그렸다는 것에 있을지 모른다. 그건 확실히 재미있다. 이른바 “끝까지 가보는 재미”. 말 그대로 우주의 멸망을 다루는 SF가 흔한가? 코믹 SF 말고 이렇게 진지한 문체로 가는 소설이? 야망있는 SF작가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흔치 않다. 그 시간의 끝까지 등장인물을 물리적으로 위치시킬 합리적인 SF적 설정을 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믹 SF엔 좀 있다. 『퓨처라마』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시간의 끝에 가본다.)


하지만 그걸 그리기 위해 역시나 이 소설도 등장인물 서사에 무리수를 너무나 많이 부여한다. 그리고 그러한 서사로 인해  결국 우주의 끝을 그린 장대한 드라마는 답답한 고구마스러운 인물 관계의 결말을 내고 끝나버리게 된다. 청신은 인류를 두 번이나 저버리고도 그렇게 당당하게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는지, 그녀와 주변 인물은 왜 이렇게 동면을 빈번히 해 대는지, 하필이면 우연히도 그녀만이 유일하게 인류 중 최후까지 살아있는 인류가 되는지. 이 모든 억지는 결국 우주의 끝에 등장인물을 위치시키고 소설을 장대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무리수다. 추가로 단점을 더 지적이라면, 차원 공격을 묘사하는 방식은 정말로 오래된 SF인 『플랫랜드』를 연상하게 해서 (『삼체 2』의 우주 전함 전투신의 그 참신한 감각에 비하면) 고루한 느낌이 들었고, 마지막에 윈톈밍과 만나지 않고 끝나서 정말정말로 아쉬웠다는 점이다.


물론 지상 최대의 명작 『삼체 1』과 『삼체 2』의 후속 소설로서 너무 비교질해서 소설을 깎아내리는 것 같아 공정하지 않다고는 생각한다. 전작을 뛰어넘는 이 소설의 거대한 우주적 배경과 우주에서 인류의 역사를 그리는 방식은 정말로 독보적이기 때문에,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우리가 『삼체』 3권을 여러모로 오래 기억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작품내 에서 드러나는 갖가지 하드 SF의 아이디어가 전작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밀도 있고 풍부하다. 냉전 시대 공포의 균형을 생각나게 하는 ‘암흑의 숲 위협’과 ‘검잡이’라는 개념, 광속 1%에 도달하기 위해 유인 우주선에 ‘뇌’만 보낸다는 결정, 중력파 발신기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한 묘사(중력파란 발견된 지 얼마 안된 최신 물리학 이론이므로, 그걸 SF에 응용한 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광속을 줄이는 물리법칙이나 그렇게 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의 효과와 사회학적 함의 등등등. 또한 대단한 점은 우리와 비슷한 기술력을 지닌 문명이 어떻게 스페이스 오페라에서 본 것 같은 우주여행 문명까지 스무스하게 이어지는지를 합리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소설에서 동면을 통해 팍팍 점프하긴 하지만, 이렇게 기술의 발전 정도를 단계적으로 그린 SF를 처음 보았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시리즈는 끝까지 읽을 가치가 있는 시리즈 최후의 작품으로 마무리된다. 부디 좋은 각색으로 드라마 『삼체』가 결말까지 잘 진행되길 빈다. (데이비드 베니오프랑 D. B. 와이스, 네놈들에게 하는 말이다. 『왕좌의 게임』처럼 찍 싸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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