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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ㅣ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내일을 꿈꿨으나 오늘이 힘들어 죽음을 택했기에 이제 내일도 없게 된 아이, 천지!
어느날 아침 밥상을 사이에 두고, 늘 착하기만 하던 딸이 엠피쓰리를 사달라고 떼를 쓰며 안하던 행동을 하고, 바로 그 날 천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겨진 엄마와 언니 만지는 혼란스럽다. 온순하고 착실했던 동생이 왜?
무엇이 천지로 하여금 그토록 쓸쓸하고 아픈 선택을 하게 만들었을까?
천지가 무엇때문에 힘들었는지, 천지를 괴롭힌 화연이의 마음은 어떤지,
사춘기 중학생 친구사이에 오가는 우아한 거짓말은, 실은 더 이상 우아하지도 거짓말이지도 않았다.
누군가를 밟아야만, 누군가를 소외시켜야만 자신의 입지가 살아나고,
상처받은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누구 하나 진실되게 들여다 보지 않는 현실은
단지 이 책속에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자주 들어오는 상담 주제는 또래 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하소연이다.
무리를 지어 자신만 소외 당해 힘들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그 그룹에 속하기도 힘들어
급식소에 점심 먹으러 가는 시간마저 괴롭기 짝이 없다고 호소하는 사춘기 소녀,
때로는 자기 혼자 왕따되기 싫어 다른 누군가의 험담을 늘어놓거나 험담에 동조하고,
자기 또한 왕따의 가해자로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건 소수의 횡포와 다수의 침묵속의 동조다.
그냥 내 친구가 싫어하니까, 쟤는 원래 초등학교 때도 왕따였으니까, 가난해서, 공부를 못해서,
온갖 이유로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외롭게 만드는데도 다수는 침묵하고 동조하며 저건 내 일이 아니다 외면한다. 누군가를 왕따 만드는 일에 동조하면서도 왕따가 되기 싫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내 입장에서 더 부끄러운 것은 선생님도, 엄마도, 언니도 그 누구도 힘들고 외로운 천지의 손을 잡아주지도 마음을 헤아려주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초등 5학년때부터 중학교로 온 뒤 줄곧 화연이의 우아하고 교묘한 거짓말로 천지가 힘들어했고,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미라같은 아이때문에도 절망했으나, 그 일을 털어놓았을 때 엄마와 언니가 보여주었던 반응에 말문마저 닫아버렸다.
천지가 결국 다섯개의 봉인을 남겨 두고 떠났다.
엄마, 언니, 화연, 미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죽을 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내 보인 천지의 아픈 마음이
남겨진 편지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천지 언니 만지는 이제 화연이를 보듬는다. 천지가 떠난 뒤 천지처럼 왕따의 피해자가 되어 버린 외로운 화연이를, 두번 다시 천지처럼 내버려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고통받는 천지도, 화연이도, 미란이도 없는 학교를 꿈꾼다.
전적으로 우리 어른들 모두의 몫이다.
http://blog.naver.com/happyone71 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