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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공선옥 지음, 노익상·박여선 사진 / 월간말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붉은 포대기'에서 생각나는 구절 하나 - 인생은 힘들지만 살다보면 인이 박혀 그런대로 살맛난다는 그런 내용. 이 책에서도 작가의 인생관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인생은 이렇게 걷는거야. 두려워할 것 없어. 걷다보면 당도하는 곳이 있게 마련이지. 우리 같이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오직 걷는 것, 누구의 힘도 빌릴 것 없이 오로지 내 튼튼한 두발로 내앞에 떨어진 인생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는 것. 거기에서 힘이 나오는 거라구. 그 흔한 탈 것 한번 안타고 말그대로 누구의 도움 하나도 구하지 않고 의연하게, 당당하게 공것은 원하지도 않고 그저 내 한발 딱 그만큼씩만 얻으며'
이책에는 허영과 사치, 관념적인 고민이 아닌 생존을 거머쥔채 자신의 삶을 묵묵히 이어나가는 민중의 냄새가 느껴진다. 그들의 모습에서 때로는 속터지는, 때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작가는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그리곤 그들의 삶을 인정한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할 수 밖에 없음을 작가는 인정한다. 비록 '센타'가 아닌 '변방'이지만, 의연하고 당당하게 공것은 바라지 않고 한발씩 내딛으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있고 그들에 대한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머물기에 작가는 오늘도 변방에 머문다.
책속의 그들은, 디스 한갑값으로 일주일을 살고, 평생을 도붓짐메고 도로를 걸어다니며 생게를 이어가고, 일년 딱 하루 화전놀이로 온갖 설움 풀고,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고 살아가지만 그들은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나간다. 그에 비해 내 삶은 얼마나 허우에 차고 배부른 고민과 투정으로 얼룩져 있는가? 작가는 자신의 아들에게 말한다. 소쩍새의 울음에 눈물짓는 사람이 되라고, 아니면 적어도 소쩍새 울음에 눈물짓는 사람편에 서 있어라고...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아니 적어도 어디를 향해 방향을 잡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