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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모두가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절, 더더욱 아버지 없이 어머니, 아우와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 나의 현실은 더더욱 고달펐을 것이다. 하지만, 형을 믿고 따르는 아우가 있고 그 아우를 돌보는 형의 듬직함이 있고 지금은 배곯고 허리가 휘어지도록 남의 일을 하는 처지지만 다락방 지독에 쌀을 모아 희망을 만들어 자식들을 돌보며 기나긴 외로움을 참고 사는 어머니의 모습은 너무나 따뜻하다.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어린 동생을 마음편히 업어줄 시간도 없이, 남의 품앗이를 하면서 셈을 헤아릴줄 몰라 시계포 최씨에게 당해야 했던 삼손의 얘기를 듣고는 자다가 일어나 한자한자 한글을 공부하는 어머니. 단 한번도 기성회비 낸 적 없지만 자식 공부시키기에는 악착같으신 어머니. 울다 토라진 동생을 달래 한밤중 한저녁을 지어 밥을 먹이며 따뜻하게 달래시는 어머니. 설움과 외로움, 가난함을 이겨낸 것은 가족일 것이다.
김주영의 이 책은 무엇보다 섬세한 묘사다. 마치 눈에 보이는 듯하게 자세하게 묘사한 이 책을 보노라면 얼굴에 눈물버캐가 허옇게 서린채 웃고 있는 주인공들이 눈앞에 떠오른다. 감칠맛 나는 대사와, 순간순간 웃음이 터져나오는 재미있는 사투리는 이야기속으로 쏙 빠져들게 한다. 이발소주인, 여선생님, 경찰서에서의 고초등 모든 것을 풀어놓지 않아 다만 짐작할 뿐이지만 그래서 더 문학적 상상력은 더 활개를 치고 속내 아픔이 더 와닿는다. 그런 반면 어머니와 아우의 대화, 아우와 형의 대화는 너무나 생생하고 감칠맛나서 절로 입가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주인공의 성장기를 다룬, 이 책은 그래서 낯설지만 낯설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