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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반사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3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도대체 이 사회에 '정의란 무엇인가?' 를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한다. <난반사>를 읽는 동안 이런 설정의 스토리를 누군가가 한번쯤은 쓸 것이라 예상했다. 굳이 소설이 아니라 해도 종종 신문 사회면에서 이미 읽었을 수도 있다. 그정도로 사회적으로 만연했으며 이미 우리 또한 그 '사건'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데 내 돈 1만원을 건다. 나 역시 그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떳떳할 수도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도 모두 같은 공범이다. 우린 이미 그런 사람들이다. 우린 이미....
<난반사>의 사건을 가장 잘 설명하는 영화 한편이 있다. 바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발레리나인 여주인공은 우연의 연속으로 인해 교통사고라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교통사고가 나기까지의 몇 번의 무심코 지나친 사소한 일들이 동시에 만나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큰일을 만들어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소설이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몇 년 전 클론의 강원래씨가 불법 유턴을 한 자동차에 치여 척수손상마비로 인한 하반신을 쓰지 못한다. 그가 교통사고에서 하반신 마비까지의 과정을 살펴볼까?
우리가 평소 가장 많이 저지르는 사소한 이기심 중 하나가 바로 신호 위반이다. 아무도 없는데 굳이 기다릴 필요도 없고 시간이 아까우니 좌우 한번 쓰윽 보고 신호를 무시한 채 그냥 내지른다. 그러길 수십 번. 다행히 아무런 사고도 피해도 없었다. 그러던 과정을 몇 번, 수십 번을 하고 또 하고 반복한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아마 평생 신호 위반을 밥 먹듯이 할 것이다. 계속해서 스스로 핑계를 만들어서 말이다. 그런 수백만 운전자 중 하나가 무심코 평소대로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불법 유턴을 하고 신호를 지키며 달려오던 오토바이를 그대로 친 것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예상치 못한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 땅으로 내던져 진다. 여기서 만약 부상당한 상태로 강원래씨를 그대로 둔 채 구급차를 기다렸다면 하반신 마비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전문가 예상) 그런데 차도에 누워있어 위험하단 판단에 강원래씨를 머리-다리를 들어 올린 채 그대로 인도로 옮겨진다. 이때 치명적인 2차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멋대로 벗긴 헬멧으로 3차 손상까지. 이 모든 이유로 미래가 창창한 강원래씨는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난 강원래형님 팬이다!)
다시 <난반사>를 볼까?
유모차를 끌고 가던 한 어머니가 가로수 길을 걸어가다 갑자기 쓰러진 나무가 그대로 유모차를 덮쳐 아이는 뇌를 다친다. 그런데 구급차가 도착하는데 길은 막히고 응급 수술한 병원은 없었다. 모두 뇌수술을 할 수 없다는, 환자가 너무 많다는 핑계로 지나친다. 결국 아이는 죽게 된다. 죽은 아이의 아버지(기자)는 이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을 되짚기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사소한 이기심으로 인해 엉뚱하고 나약한 아이가 죽게 되기까지, 이 엄청난 사건의 이유를 알게 되자 또다시 반복될 피해를 막고자 기사로 쓰기 시작한다.
'인간의 운명은 아주 사소한 일 하나로 갈린다는 사실이다.' 소설속에 나오는 문장이다.
내가 지금 쓰는 건 비록 소설이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사소한 일을 저지르고 있을 것이며 그것으로 인해 아무 상관없는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난반사>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는 한국 사람들의 의식에 파장을 일으키는 첫 단추가 됐으면 좋겠다. 한번쯤은 읽어야 할 책으로 강력 추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