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해신 서의 창해 십이국기 3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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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신비하고도 오묘한 이 작품, '십이국기'는 비교할 대상이 없을 만큼 재밌다. 영화 <배트맨>보다 기다려지고  『해리포터』보다 중독적이다. 하악하악. 한번에 다 읽어버리고 싶다!!

 

가끔은 이런 대작을 보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작품을 써갈 수 있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한두 권 정도는 상상하며 쓸 수 있다지만, 12개 나라를 가지고 각각의 스토리를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쓴다는 게 말이나 될까? 역시 천재는 보통의 인간들과 생각하는 과정이 다른 것인가...아~~ 부럽기도 하지만 그 머릿속이 궁금하구나..+_+

 

쓸데없는 썰이 길었다.*_*; '십이국기' 세 번째 이야기 <동의 해신 서의 창해>를 얘기해보자. 근데, 왜 제목들이 하나같이 길고 어려울까? 아직까지 제목이 헷갈린다. 그래도 재밌으니 용서한다. '십이국기' 2편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은 '기린'의 역할과 그에 따른 고뇌를 담은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3편 <동의 해신 서의 창해>엔 어떤 내용이 나올까?

전 권에는 '기린'이었으니, 이번엔 '왕'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그렇다. 이번 권은 '왕'의 이야기다.

 

3권은 '안주국'이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안주국은 먹고살기 힘들 정도로 도탄에 빠진 나라였다. 하지만 쇼류라는 왕이 등장하고부터 나라는 점차 안정되고 백성들도 조금씩 웃음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쇼류왕의 기린, 로쿠타가 있었다. 전 권들과 다르게 로쿠타(기린)는 왕을 극진히 모시기는커녕 반말과 욕(?)을 일삼는다. 그만큼 둘 사이가 가깝다는 뜻일 것이다.

한데 언뜻 보면 왕은 나라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매사 얼렁뚱당 넘어가고 일 대신에 놀기 바쁘다. 그런 왕 대신 기린이 나랏일에 더 매진하는 듯 보인다. 태평성대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나라는 점차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그 무렵 왕을 시기하는 무리가 나타났으니 그는 바로 아쓰유라는 사내. 요즘으로 치자면 강원도지사 비서 정도의 직책이지만 간이 부었는지 '왕'이 되어 나라를 통치하려는 꿈을 꾼다. 천계를 받아야지만 왕으로 추대받는데 아쓰유는 이 하늘이 내린 계시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의 왕보다 몇 배는 더 백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쿠테타를 일으키려 한다. 그는 쿠테타의 첫 단계로 왕을 보필하는 기린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기린의 생사를 놓고 왕에게 협박을 하는데...과연 그의 쿠테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십이국기' 2권을 읽었을 때 나 역시 '왕'이 선택되는 과정이 궁금했다. 기린이 실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늘의 계시는 누가 내리는 걸까? 하고 말이다. 3권에는 독자가 품을 수 있는 의문을 스토리로 엮어 풀어준다.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을 재밌게 풀어주고 긁어주니 재밌을 수밖에 없다. 쿠테타를 일으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어딜 가나 믿지 못하는 인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쿠테타가 성공한다면? 하늘에서 선택한 '왕'의 정당성은 물론 하늘의 계시 역시 믿지 못하게 될 것이 뻔하다. 애초에 하늘의 계시와 기린, 왕, 이렇게 모두가 부정되는 일은 생길 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왕은 이렇게 당당하게 외칠 수 있다.

 

"이 세상에는 하늘의 뜻이 있다고 하지. 내가 정말로 천명을 받은 왕이라면 모반 따위 성공하지 않을 거야.

굳이 하늘의 뜻을 시험하고자 한다면 좋을 대로 해봐." _쇼류(왕)

 

​얼마나 멋진 대사인가? ㅠ_ㅜ '십이국기' 시리즈 중 왕이 가장 멋있게 나온다. 반대로 기린은 가장 매력이 떨어진다.흐흑

 

 

 

 

"왕에게는 온갖 권력이 있어. 권력이란 내세우지 않으면 가진 보람이 없지."​

"결국 왕은 백성을 착취하고 죽이는 존재다. 그러니까 되도록 온당한 방법을 써서 최소한으로 착취하고 죽이지.  그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현군이라고 불려. 하지만 결코 없어지지는 않아."​

 

 

3권에서는 내용도 재밌고 왕도 멋지지만 '왕'이란 자리, 즉 권력을 가진 자의 역할과 철학에 대해 논하는 왕의 대사가 특히 인상적이다. 하나하나 읽어내려 갈 때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대단했다. 시끄럽고도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자신의 본분을 잃지 않고, 좋고 나쁜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조가 보여 남자가 봐도 빠져들 만하다. 

 

 

'기린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왕을 고르고 왕을 섬기고, 작위고 영지고 주어진 것까지 실제로 왕의 소유다. 기린은 하늘로부터 왕을 고를 권한을 받았으나 왕이 순리를 거스르면 기린이 병들어 벌을 받는다. 죽으면 사령이 송장을 먹어 치운다. 사령 역시 왕을 돕고자 두는 것이다. 필시 기린은 그 몸도 운명도 몽땅 왕을 위한 존재일 뿐인 것이다. 무엇을 위한 목숨인가.'

 

끝으로 '기린'이란 존재는 역시 외로운 것인가? 3권에도 역시 기린의 고뇌와 방황은 계속된다. 받아 들여야 하거늘, 그게 쉽지 않은 것일까? 내가 장담하건데 다음 스토리 중 하나는 '기린'의 방황과 일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벌써부터 4권이 기다려진다....하악하악...난 '십이국기'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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