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청접대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2
아리카와 히로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오호~! 이 책이 내 유머 코드와 좀 맞는데?!^^

가끔은 나의 유머 코드가 대중의 코드와 살짝 비껴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온 국민이 재밌게 본다는 <진퉁 사나이>나 <뛰는 사람> 같은 프로그램은 아무리 봐도 재밌는 줄 모르겠다. 사람들이 재밌다고 추천해준 일본드라마나 예능도 내 눈에는 그저 시시하고 유치할 뿐이었다. 그러나! 일본 드라마는 유치뽕짝이라는 편견을 날려버린 드라마 한 편이 있었으니 바로 <파견의 품격>(국내에서도 <직장의 신>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사실 일본편이 훨~씬 재밌다). 어쨌든 <파견의 품격> 덕분에 일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자와 나오키>를 통해 일드에 환장한 팬이 됐다. 일드를 보고 있으면 일본 문화에 자연스레 빠져들고 그러다 보면 어김없이 일본 소설을 들고 있는 나를 본다. 일본 소설하면 또 하루키 아니던가?+__+ 자꾸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다....허헛

 

알을 깨고 나온 깨달음의 결과인지, 이제는 낯선 작가의 낯선 소설도 두려움 없이 집어들 용기와 힘이 생겼다. 예전에는 조금 읽고 후회하는 게 아닐까, 유치한 게 아닐까 주저주저하며 ‘새로운 작가’의 작품에 손을 대는 게 참 어려웠다. 물론 예외는 있다. 바로 이 책처럼 제목에서 나를 위한 유머 아우라가 마구마구 방출될 때!

소설 제목이 ‘현청접대과’ 라니... 처음엔 설마 내가 아는 그 접대? 아니겠지. 그럼 이 말은 새로운 한자어인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나 그 ‘접대’는 내가 아는 그 사전적 의미가 맞았고, 나는 언니들이 없어도, 단란한 곳에 가지 않아도 접대가 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유쾌한 접대라니!^^

 

일본의 작은 지방 마을 고치 현에서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청 내에 ‘접대과’라는 부서를 신설했다. 접대과, 그들의 정체는 공.무.원. 우리나라 공무원들만 특유의 공무원마인드로 무장한 줄 알았는데, 일본 공무원들도 오십보백보였다. 이들은 가능하면 일을 저지르지 않고 뭔가 시도하지도 않는 무사안일주의 평화집단이었다. 관광산업을 통해 고치 현을 널리 알리겠다는 의욕이 가득한 접대과 공무원들. 하지만 그들은 뼛속까지 공무원이었다.(*_*) 현청 근무 3년차 꽃다운 25살의 젊은 직원 가케미즈. 젊은 혈기와 열정이 합해 바쁘게 뛰지만 공무원 머리에선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20년 전 고치 현에 ‘판다 유치론’을 펼친 대선배가 있었다는 전설(?)을 듣고 가르침을 받기 위해 그 선배를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일본 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별의별 소재들을 다 보았다. <현청접대과> 초반 '판다 유치론'에 뭐지? 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내려 가니 은근 중독성 있었다. 일본 특유의 알콩달콩함과 더불어 1박 2일에 출현하고 싶어 하는 작은 마을 청년들이 KBS에 작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최근 읽은 소설 중 가장 사람 냄새 나는 책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순수함과 순박한 모습 때문에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읽는 도중 왜 자꾸 사람 냄새가 진하고 낯설지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유를 알아버렸다. <현청접대과> 저자인 아리카와 히로는 고치 현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고치 현엔 '접대과'가 실제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이 작품은 알면 알수록 재밌는 느낌이다. 하하..유쾌, 상쾌,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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