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양장)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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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이다. 이렇게라도 만난 게 다행이라 생각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게 읽은 작품 <우아한 거짓말>을 알차게 소개해보려 한다.

 

지난주에 책을 주문해서 받았는데 깜짝 놀랐다. 주변에 호평하는 이들이 많아 생각도 못했는데 청소년문학이었다니. 청소년문학이라고 하면 왠지 조금 유치할 거라는 편견이 있었기에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곧 나는 내 수준을 알아버렸다. 청소년문학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준, 내 정신연령은 청소년기에 머물러 있는 건가?*_*;

 

출근하는 전철에서 처음 페이지를 넘겼다가 띵! 충격을 받았다. 이 소설의 한 소녀의 자살로 시작한다. 간판 없는 큰 문은 열려 있었고 난 궁금한 나머지 그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자살한 중학생 소녀의 아프지만 담담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살한 중학생 아이의 이야기부터 풀어내보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언니와 엄마, 이렇게 세 모녀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두 자식을 위해 마트에서 죽어라 일만 해도 늘 빠듯했고 그 때문에 자주 이사를 다녀야했다. 자살한 천지는 투정이나 소란을 피우지 않는 조용한 타입이다. 공부는 곧잘 했으며 집에선 엄마와 언니의 마음을 고생시키지 않는 철든 아이였다. 언니는 매사 귀찮은 건 싫어했으며 남자처럼 터프했다. 엄마는 딸들에게 털털하고 좋은 엄마로 돈만 없을 뿐이지 친구같이 지냈다. 아무런 걱정도 없을 것 같던 막내가 하루 아침에 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일까?

천지의 자살이 항상 같이 다니는 친구 화연이 때문이라는 사실은 다 알고 있다. 물론 책에 처음부터 나오고 있다.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이 사건을 긴장감 있게, 조용히, 땀이 나는지 안 나는지도 모른 채 흘러가는 글솜씨에 놀랐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고 흠칫 놀라게 쓰는 작가라니. 말도 안 되는 마지막 반전까지 있을 줄이야. 마치 일본 소설 <고백>을 보는 듯 했다.

 

천천히. 조용히 글의 감정을 조절하고 독자들의 마음을 이미 안 다는 듯 템포를 자유자제로 조절하는 작가. 비정한 사건을 가슴 미어지게 따뜻하게 표현하는 이 글에 감탄을 넘어 찬사를 보내고 싶다.

글이란 자고로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물건이 아니다. 가슴 떨림과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게 소설의 힘이 아닐까?

 

지금 세상은 모든 것이 빠르게 바뀌는 시대라 내가 지금 겪은 것을 내 아이가 겪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의 초중고는 내가 다니던 그때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그때의 배움과 경쟁과 친분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앞에선 친한 척 뒤에선 카톡으로 왕따를 생산하고, 선생님이건 학우건 반항하고 때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부모들은 항상 자식을 먼저 생각하고 뭐든 다 용서하고 응원한다. 그것이 바른 길이든 그렇지 않은 길이든 말이다. 

<우아한 거짓말>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내 책을 빌려주고서라도 한번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더더욱. 내게 만약 자식이 있다면 필시 난 목놓아 울었을 것이다.

이 책은 울면서 읽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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