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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책을 좋아하는 여성분과 대화하다 보면 언급하는 작가가 있다. 그것도 여성분들에게만. 작가 아멜리 노통브. 기억에 담아 놓았다가 잊기를 몇 년, 최근 지인분에게(^^) 선물을 받았다. 읽어보고 싶던 터라 받자마자 읽어버렸다. 일단 표지가 너무 구려서('_') 거부감이 들었지만 호기심을 막진 못 했다. 이 정도 분량이라면 차라리 여러 편 묶어서 내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초기 작품들은 분량이 너무 적었다. 맛만 보는 것 같아 침이 아직도 흐르고 있었다.
노통브의 소설을 처음 보는 나는 그녀의 스타일의 신선함을 느꼈다. <적의 화장법>은 파격적이거나 새로운 내용은 아니므로 그럭저럭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이런 대화체 딱 내 스타일이다. 적당한 말장난과 빠르게 치고 받는 핑퐁스톼일...^^ <적의 화장법>이 출간된 당시에 읽었다면 반전 놀이에 동참해서 재미를 찾았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재밌어하기엔 요즘 소설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어쨌든 노통브란 작가를 알고자 <적의 화장법>을 시도한 것이고 만족했다.
<적의 화장법>은 주인공의 대화에서 시작하여 대화로 끝난다. 영화로 치면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저예산 프로젝트라 할 수 있을 정도?^^
장소: 공항 대기실 의자
등장인물: 주인공과 그 외 몇몇
런닝타임: 1:30분
주인공과 또 다른 인물과의 대화로 끝나는 기가 막힌 소설이다. 주인공은 비행기를 타기 전 대기실에서 앉아 책이나 보려 하는데 낯선 남자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건다. 언제 비행기가 뜰지 몰라 짜증나 있는 주인공은 자신의 독서를 방해하는 그 인간에게 귀찮은 듯이 얘기하지만 눈치 없는 이 인간은 계속해서 말을 시킨다. 어느 순간 주인공은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낯선이의 저의를 알아채고 깨묻는다. 나에게 뭘 원하는지, 왜 이런 얘기들을 나에게 들려주는지.....충격적인 답변을 듣는데...
굳이 따지자면 반전은 반전이니 자세히 내용은 쓰지 못하겠다. 스포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하니까.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는 서스펜스적인 요소와 반전이 잘 어울렸다. 주인공의 소설속 연기까지...^^
<적의 화장법>과 비슷한 내용의 소설과 영화를 봤지만 이 소설 역시 개성과 차별성이 뚜렷하여 심심하진 않았다. 오히려 무섭게 찌르는 핵무기까지 가지고 있으니. 책내용과 관련해서, 우리 인간은 선할 수가 없다. 아무리 종교의 몸을 바친다 해도 생각까지 깨끗하게 세탁할 순 없기 때문이다. 상상만으로도 얼마든지 죄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 속에서만이니 가능한 것이다.
금연하는 사람에게 담배에 대해 물어보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금연이 아니라 담배를 죽을 때까지 참는 것이다', 고 한다. 인간은 많은 자아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키운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 나와버리기도 하는데 그것은 억누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한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역시 무의미하다. 인간은 그런 것들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이니까....노통브 책을 몇 권은 더 볼 예정이다. 이 책보다 더 재밌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