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가 불야성 시리즈 3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하악하악하악.....어제 하루 종일 다 읽어버렸다. 후후..

책을 들고 미용실로 직행, 기대를 안고 네 장까지 봤는데 바로 자버렸다.하하하..^^; 누가 내 머리를 만지면 난 여지없이 잠들어버린다. 그래도 <장한가>를 읽으면 안 졸릴 줄 알았는데...침만 안 흘렸지 파마 중성화 하는 동안에도 꾸벅꾸벅 졸기만 했다. 책은 좀 못 읽었지만 그 짧은 잠은 아주 달콤했다.^^ 이게 바로 깨알 같은 행복이지..히힛

깨어나서 다시 읽고, 집에 가는 전철 안에서 다시 읽고, 집에서 커피 마시면서 다시 읽고, 자기 전 침대 위에서 다시 읽고,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를 다 보고나서야 눈이 감겼다. '불야성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장한가>를 내가 얼마나 기다렸던가?!

 

'불야성 시리즈'는 총 세 편이다. <불야성>, <진혼가>, <장한가>까지. <불야성> 1,2,3편이 아니라 제목이 각기 다른 것은 시리즈이긴 하지만 각 권에 독립적인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원래 <불야성>만 썼지만 인기가 워낙 많았고 독자들의 후속편 요구로 더 썼다고 한다. 만약 단 권에 끝났으면 이거 어쩔뻔했어?!+_+ 이렇게 재밌는 소설을 단 권으로 뚝딱 끝내려 했다니. 무책임하게 말이야...<불야성>이 너무 강렬한 인상이라 나머지 두 권이 어쩌면 시시해보일지도 모를 정도다. 내가 왜 이렇게 이 작품에 열광하는 걸까?^^

 

이제껏 수많은 장편소설을 읽었지만 초반, 중반 정도 읽으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땅굴을 파다 보면 밑바닥엔 뭐가 나오는데, 이때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한 지점의 땅굴을 파고 있다는 것과 바닥에 뭔가 있을거라 기대하는 것. 무언가 있으니 파는 거겠지만 말이다. 근데 <불야성>은 어디를 파야 할지, 밑바닥에 당최 무엇이 있는지 예측할 수가 없다.+_+ 럭비공 마냥 어디로 튈지 모를 예측불허! 사건이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차 모를 만큼 독자들을 철저히 속이고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긴장감도 장난이 아니다. 내가 긴장하는 지도 모른 채 책장을 넘기다 까무러치게 놀라기도 한다. 체면에 걸린 사람처럼 혼자 눈과 손만 움직인다. 책 앞에선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저 문 앞에 펼쳐진 활자를 읽고 머리로 그리고 있을 뿐이다. 지뢰처럼 계속해서 사건은 뻥뻥 터지데 나는 계속해서 머리를 굴려야 비로소 사건의 진의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작가, 주인공의 머리는 슈퍼 컴퓨터일 정도로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양파 같은 필살기를 보여준다. 양파 껍질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난 떨어진 벗겨진 껍질만 보고 있을 뿐. -_-;  읽으면서도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또 소설이 있을까?

 

'불야성 시리즈'의 배경은 일본 신주쿠다. 일본땅에서 중국계 마피아들이 처절한 생존경쟁을 펼치는 피바다이자 그들이 먹고 사는 곳이다. 이곳엔 자연의 이치와 반대로 어둠이 오면 해가 뜬다. 중국계 마피아, 일본 야쿠자, 일본 경찰, 쓰레기들. 이곳에 흘러온 인간은 딱 세 종류다. 깡패, 몸을 이용해 먹고사는 치들, 그리고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밑바닥 인생들. 주인공 류젠이는 일본-대만인에서 태어난 일명 반반이라 불린다. 중국인갱과 대만인갱, 야쿠자 그 어디에서 속하지 못하는 불쌍한 인생이다. 혈통을 따지는 중국계 갱들에겐 류젠이는 보호막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누구에게도 없는 무기가 있었다. 여우 같은 눈치에 뱀 같은 교활함,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비겁함에 겁쟁이다. 그리고 그가 움직이는 건 단 하나, 돈이다! 돈이면 뭐든 하는 인간인 부류이다. 돈을 밝히는 게 아니라 돈 없으면 이바닥에서 살 수 없어서다. 그는 대만계 보스격인 양웨이민이 보살펴줘서 겨우겨우 살아간다. 그러나 양웨이민은 그의 교활함을 떡잎부터 알아보고 정을 주진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류젠이에게 필요한 건 돈도 목숨도 아닌 정과 사랑이었다. 그래서 류젠이는 더욱더 독해진다. 돈냄새는 누구보다 잘 맡고 돈이 있는 곳엔 류젠이가 있었다. 류젠이는 조폭들의 싸움에 새우처럼 끼게 된다. 죽을 위기를 맞아 양웨이민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응하는 척하며 외면해버린다. 그 '외면'의 순간으로 둘 사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기지로 죽음을 모면한 류젠이는 대가로 사랑하는 여자를 죽이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인간 '류젠이'보다 악마 류젠이로 변해버렸다. 이 바닥 위 생리를 몸소 체험하고 악마로 변한 게 아닐까? 그때부터 류젠이는 이 바닥 위 생리를 꿰뚫어 본다. 정보의 흐름이 중요하다 판단한 그는 정보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좁디 좁은 이 바닥에서 정보가 생명줄이었다. 워낙 많은 조직과 양아치들이 있어 말 한마디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총살 당하게 된다.

 

가족도 배신하는 마당에 믿을 인간은 없었다. 단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팩트만 있으면 소용돌이 안에서도 무사할 수 있다. 류젠이는 그런 정보를 모으고 다시 되파는 식으로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한다. 서서히,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그리고 치밀하게. 자신이 세운 계획을 위해 조직 하나 날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이런 식이다. 마약 사업을 하는 중국 조직 둘(1,2), 야쿠자 하나가 있다고 하자. 그 중 야쿠자 하나와 중국 조직(1) 하나가 손을 잡으려 한다. 두 조직의 보스가 만나는 장소에 류젠이만 아는 킬러를 보내 그들을 죽여버린다. 그리고 그 둘의 조직이 난리가 나면 류젠이는 중국 조직(2)의 조직원을 봤다는 정보를 흘린다. 그리하여 야쿠자와 중국 조직(1)에서 조직원들이 중국 조직(2)과 싸움을 벌인다. 결국 이들 조직은 셋 다 망하거나 중국 조직(2)만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때의 류젠이가 얻는 건 무엇일까? 류젠에게 찍힌 조직의 세력 약화, 그 사이 간격을 매우는 새로운 조직을 도와 이익을 챙긴다. 그러면 그에게 돈과 더불어 새로운 조직의 든든한 백이 생긴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서로 싸움 세 조직들은 류젠이가 일으킨 사건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철저히 정보를 이용해 그들을 가지고 노는 것이다. 그래서 신주쿠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로 악명을 떨친다. 똑똑한 두뇌와 정보를 이용해 세력이 가장 센 양웨이민을 손쉽게 처리하고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빼앗는다. 한때 세력을 장악했던 흑막인 양웨이민도 알면서도 당해버렸다...류젠이는 계속해서 이 바닥에서 손쉽게 지배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불야성 시리즈'의 내용이 워낙 많지만 이 책을 보는데 있어 큰 줄기만을 간단히 썼다. 그런데도 이렇게 길다니. 실제로 보면 소설이지만 영화처럼 빠르게 흝어진다. 마치 만화책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럼에도 좀처럼 어떤 음모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게 바로 이 책의 묘미다. 신의 한수처럼 배신의 배신, 반전의 반전에 난 그저 와악!!!하고 소리를 쳐야만 할 것 같다.+_+

그들이 사는 세상, 그들의 생존방식, 승자 없는 반복되는 게임. 무섭고도 처절하지만 그럼에도 스릴감 넘치는 건 어쩔 수 없다. 속고 속이는 인간들, 그들이 사는 세상엔 인간이란 없었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짐승들만 있었다. 비록 그들이 원하는 삶은 아니었지만....

 

류젠이도 처음부터 악마는 아니었다. 생명을 담보로 악마와 거래를 할 것일 뿐이다. <장한가>에서 류젠이의 결말이 나오지만 스포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 아무리 류젠이를 욕하고 싫어해도 난 류젠이에게 정이 간다. 왠지 모르게 불쌍해 보인다. 그는 복수만을 원했을 뿐......

 

'불야성 시리즈'같은 작품을 또 볼 수나 있을까? 정말.....다 읽어버려 벌써부터 아쉬워진다. 이런 소설은 정말 100권을 사다 친한 사람들에게 다 선물을 줘도 모자를 것 같다....아무리 추천을 해도 모자라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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