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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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만으로 이렇게 웃겨도 되는건가?

센스, 유머 쩌는 이 조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하는 고민을 잠시 했지만 이 책의 소설들을 읽어보면 답이 '땡'하고 나온다. 웃기고 찌질하고 바보같은 인간들의 총집합. 성석제 작가님의 유머와 장난끼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이 책의 제목 '이 인간이 정말'이란 단편소설이 포함돼 있다. 그 소설을 먼저 읽었는데 어찌나 남자가 찌질 붕신같은지 내가 읽으면서도 쌍욕이 절로 나왔다. 돈 많은 남자가 엄마가 주선하는 선자리에서 인간이 살면서 보여지는 총 찌질함을 깔끔(?)하게 보여준다. 갑부 엄마를 둔 백수 아들. 엄마가 하도 보라고 해서 나왔으니 부담갖지 말고 레스토랑에서 맛난거 먹고 서로 이야기나 하다 가자는 것이다. 여자는 그저 웃을 수밖에. 맛있는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찌질한놈의 주둥이 신공이 펼쳐진다. 스테이크가 나와서하는 하는 말인데, 호주산 소고기부터 한우, 일본 와규, 마블링이 어쩌고 저쩌고....사람이 먹을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소비되는 물의 총양, 전세계 인구의 절반이 쌀을 주식으로 하고, 우리의 입맛은 엄마의 뱃속에서 엄마가 자주 먹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로 결정되고, 소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 젖소의 품종, 닭의 일생, 인도의 인구, 남자가 여자보다 여섯 배 더 벼락을 맞는다는 사실 등등 주절주절...여자는 침묵으로 일괄했다. 어찌나 이놈이 쫑알쫑알 거리는지...선보러 와서 정신 이상한 놈이 계속 이상한 얘기를 지껄이는데 제정신이면 밥이 목에 넘어갈까 싶다. 결국 여자는 참다 못해 이만 가자고 하고 먼저 보낸다.

마지막, 조신하고 조용하게 멘트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 좀 해라."

 

<이 인간이 정말>은 8편의 단편소설이 있다. 여러 계간지에 발표한 소설로,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다양한 상황별로 웃음이 나오는 단편도 있고 감동코드가 있는 단편, '컥'소리 나게 만드는 단편도 있다. 8편의 단편 중 기억에 남는 소설은 세 편 있었다. <이 인간이 정말>, <남방>, <홀린 영혼>이다. (이 인간은 제외하고) 두 편 다 마지막엔 에스프레소 뒷맛 같은 씁쓸함이 남지만.

<남방>은 라오스 여행에서 만난 '박'이란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여행지에서 불쑥 낯선사람이 등장하는 단편소설을 종종 읽었는데 <남방>은 왠지 한국의 중년 남자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고 남일 같지 않았다. <홀린 영혼>에선 잘생기고 키도 큰 구라쟁이 친구이야기를 들려준다. 진실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문들만 무성했던 친구 이주선.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데 단 한 친구, 오세호(주인공, 화자)만 자신의 구라인지 진실인지 모를 것들을 주절주절 이야기를 건낸다. 이 소설 역시 마지막엔 씁쓸한 여운으로 끝맺는데, 지금 우리들의 보여주기식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같았다.

 

오랜만에 읽은 단편소설은 역시 짜릿했다. 어떤 소설을 먼저 골라 읽을까? 하는 그 설렘. 하루키가 말하는 비스킷통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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