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고했어요 - 붓으로 전하는 행복, 이수동의 따뜻한 그림 에세이 토닥토닥 그림편지 2
이수동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쩌면 포기하는 숫자와 비례할지 모른다. 무언가 얻는 것이 있으면 남은 무언가를 잃는다. 이것이 인생의 법칙인가?

 

이상하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했습니다.' 라는 표현이 점점 진심으로 와닿기 시작한다. 그 전엔 인사차 하니까 나 역시 분별없이 마구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진심이 묻어난다. 특히나 상대방의 노고가 눈에 보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비록 동네 떡볶이 가게라 할지라도 고맙다. 여유가 생기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종종 눈에 들어온다. 청소하는 아주머니, 커피전문점의 카운터 여자, 술집 서빙하는 아주머니.

비록 그것이 직업일지라도 날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이라 생각하니 내가 미안해진다. 그렇다고 마냥 내가 친절한 사람은 아니다. 내 별명 중 클레임맨이란 별명이 있을정도로 피해를 입으면 무조건 얘기해서 따지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그러련히 하고 지나간다.

내가 피해를 입어도 마음속으로 한번 참고 넘어가면 된다는 생각. 마음의 '화'가 사라져서 그런걸까?

요즘 끔찍한 범죄들이 끊임없이 터진다. 묻지마 범죄도 문제지만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저지르는 범죄들은 정말 무서워진다. 그들에게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상하게 종종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욱한 경우가 있었다. 지난 뒤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데 내가 왜그렇게 민감해 있을까 고민해봤는데 답은 이미 나와있었다. 풀지 못했던, 쌓이기만 했던 화병이었던 것이다. 요즘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들은 과연 있을까? 그 스트레스가 화병으로 쌓이게 되고 한국 사람들의 정서때문인지 좀처럼 풀지 못하고 이상하게 분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화병이 생기고 분노조절장애가 생기고 하는 게 아닐까?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대학생 땐 종종 멋으로(?) 삼첨동 미술관을 드나들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은 개뿔도 없었던 나는 무작정 보기로 했다. 유명하더던 고갱, 피카소 등을 보며 눈으로 음미했지만 그냥 그동안 인터넷에서 보던 그림이었다. 감흥도 없었고 그저 유명하다 하니 보는 정도였다. 그러다 우연히 중국화가 쩡판즈의 작품을 보고 그자리에서 멈췄다. '이렇게 강렬한 그림이 있다니. 손을 대면 정말 튀어나오겠구나. 그림의 힘이 이런건가.' 싶었다. 내 그림의 취향을 알고자 그때부터 많은 화가의 작품들을 구경해왔지만 마음을 끄는 강렬한 작품은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가슴을 녹이는 작품을 보고 말았다. 이수동의 그림들. 어쩌면 저렇게 색감이 고울까, 마치 애니메이션같았다.

 

<오늘, 수고했어요>는 팍팍하고 삭막한 현실에서 잠시 쉬어가는 여유로운 쉼터다.

현대인들의 억눌린 화를 풀어주는 따뜻한 비타민이다. 힘들 때, 화날 때, 슬플 때 이수동 화가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 가끔은 '여유'를 갖고 이 그림을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일들, 어차피 끝나지 않을 일들 조금 늦게 하면 어떻고 일찍 하면 어떤가?^^ 결국 하게 될텐데 말이다.

 

 

요즘은 이런 말을 들으면 뭉클해진다.

"그동안 수고많았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