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내 나이 어느덧 서른둘. 여차저차 하는 사이 벌써 30대가 훌쩍 넘었다. 그래도 난 이렇게 생각했다. '서른 넘어도 20대와 별 다를 바 없어. 난 아직 이렇게 젊잖아?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 소주 2병도 거뜬하고 말이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했지만 '30'이란 숫자가 은근히 신경 한쪽을 긁고 있다. 서른이 넘으면 남녀할 것 없이 주위 사람들이 분위기를 조성한다.

너 연봉이 얼마니?’ ‘애인은 있니?’ ‘이제 정신 차리고 살아야지?’ ‘돈은 얼마나 모았니?’ ‘너 아직도 계약직이지?’ 등등. 나이 먹는 것만으로도 죽고 싶을 지경인데 주위 잔소리까지...

서른이란 나이는 어쩌면 본격적으로 인생이라는 바다로 뛰어드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사회생활의 스트레스가 가장 많은 때이기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며 가족도 돌보아야 한다. 그렇게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딱 하나가 번뜩 떠오른다. 바로 '나'를 찾는 것이다.

정신없이 공부하고 취업하고 이제 좀 살 만하면 또다시 새로운 고민거리들이 생겨나는 게 인생이다. 스스로의 인생을 살지만 어쩌면 자신이 선택한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선택을 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것 아닐까? 우린 언제나 누군가에 의해 선택 받아온 삶이니까.

오롯이 ‘나’와 마주 서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나이가 바로 서른이다.

 

. <서른 넘어 함박눈> 같은 소설이 좋다. 겉으로 보면 우습고 가벼운 연애소설일지 몰라도 그 속에 숨겨진 공감대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이 책에는 아홉 편의 단편 연애소설이 묶여 있다. 저마다 연애의 쓴맛에 대해 토로한다. 너무 순진해서 대시하지도 못하고 "지금 몇 시예요?" 라고 찔러보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친구 애인이 궁금한 나머지 그 애인이 놓고간 팬티를 대신 빨고 다림질까지 하는 여성.(변태가 아니라 읽어보면 알아요.^^ 진짜 웃김! '루미코의 방'이란 단편) 늦게까지 결혼을 못하는 자신과 함께 사는 엄마에게 노처녀 히스테리만 부리다가 엄마가 가출하는 사연이 있는가 하면 밤마다 낯선 여성을 집으로 데려오는 옆집 남자를 호기심에 훔쳐보는 여성까지. 저마다이 나이대에 흔히 겪을 수 있는, 누구나 공감하는 소설들로 가득하다. 어느새 웃다 보면 가슴이 찡하기도 하고 뭔가 공감하려 하면 웃음이 나오는 소설들. 저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며 웃고 있지만 실상 우리내 연애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우리는 '서른'이 넘으면 흔들리고 아파야 하는지, <서른 넘어 함박눈>의 저자 다나베 세이코는 웃음으로 이 대답을

대신하는지도 모른다. 이것도 다 인생에 한 부분이라는 의미로 말이다. 우리가 20대일 때는 아프지도 않고 방황도 안 했었던가? 10대일 때는 또 어떻고? 정신없이 삶을 살아오다 잠시 뒤를 돌아보며 숨 고르는 시간이 서른이 아닐까? 바삐 30년을 넘게 살아왔는데 자신에게 남은 건 없다는 초조함으로 애매모호한 무언가를 좇는 건 아닌지 말이다. 나 역시 지금 그렇게 내 안을 채울 무언가를 정신없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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