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자기 자신조차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게 인간인데 과연 누가 인간을 증명할 수 있을까?

<인간의 증명>을 읽으며 과연 어떻게 '인간'을 추리소설로 풀어낼지 정말, 내심, 은근히 기대했다. 솔직히 실망했다...+_+;

일본 호텔 엘레베이터에서 흑인이 살해당했다. 시작은 정말 궁금증을 자아내긴 충분했다. 일본, 흑인, 호텔, 살인. 무엇하나 연결된 게 전혀 없으니 역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기라는 듯 읽어나갔다. 일본 경찰은 미국에 살해 당한 흑인에 대한 정보를 보냈고 사건에 협조를 의뢰했다. 미국 역시 당황하긴 마찬가지. 어두운 뒷골목 할렘가에 살던 그 흑인이 어떤 돈이 있어서 일본에 가게됐는지 동기, 집안에 일본에 관련된 그 어떤 자료, 가족관계까지 연결고리가 전무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인간의 증명>은 인간의 증명을 시작했다.

 

전 세계 인구 70억명.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인간들이 수십억 명이 있다는 얘기다. 내 옆에 있는 친구하고도 매일같이 의견 충돌로 다투고 자신의 선택에도 후회만 하는 게 인간이다. 인간의 밑바닥, 즉 본능으로 갈수록 어떨까? 증명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추잡하고 더러운 근성이 나올 것이다. 배가 고프면 친구를 속여서라도 빵 한조각이라도 더 먹으려 할 것이고 돈이 없어 생계가 골란해지면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다. 설령 그것이 불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인간은 자신의 생명을 건드릴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 어떤 직이라도 할지 모른다. 그건 인간의 본능이라 할 수 있고 살인을 저질러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역시 그러하다.

내가 무엇을 말하려고 여러 말들을 늘어놓았냐 하면 <인간의 증명>에서 나오는 인간답지 않은 인간들, 인간이길 포기한 인간들에게 돌을 던지고 욕도 할 수 있다. 근데 거기까지다. '그렇지, 이런 쓰레기같은 인간들도 있었지.'라고...

 

스포가 조금 포함될 수 있겠지만 자신의 명예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어머니,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자식을 팔아먹은 어머니, 부모의 사랑대신 돈으로만 키워진 아이, 돈과 출세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인간 등등. 우리 사회에선 쉽게 볼 수 있는 인간 말종들이다. 그런데 그들을 과연 미워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내가 법을 어기거나 불법을 저지른 적은 없지만 그런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실행만 안 했을 뿐이지, 만약 기회가 있다면 나도 그들처럼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쨌든, 인간을 증명한다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으며 인간은 꼭 추잡하고 나쁘지만은 않다. 나 역시 나쁜 마음은 항시 갖긴 하지만 그렇게 나쁜 인간이 아닌것처럼 말이다.

 

인간은 그래도 희망은 있지 않나? 그래도 내일은 괜찮겠지, 내년엔 좀 더 발전하겠지, 라는 믿음같은 거 말이다. 보이지도 말도 되지도 않지만 그 희망마저 없다면 그땐 정말 우리 인간들의 끝을 보게 될지 모른다. '인간의 증명'에 너무 초점을 맞췄지만 추리소설로서는 그리 나쁘지는 않다. 다만, 내 기대에 실망했다는 것뿐이다. 1970년대 작품이다 보니 뭐 다소 싱거웠을 수도 있겠고. 

당시 일본은 모든 분야에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으니 사회구조에 대해 비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뭐 이런 걸 다 이해를 할 수 있는 독자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