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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가공선 ㅣ 창비세계문학 8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서은혜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어이, 지옥으로 가는 거야!"
<게 가공선>의 강렬한 첫 문장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 의미를 다 포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 시원한 책이다. 같은 노동자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다.
지금의 노동이라는 개념과 당시의 개념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가 다르다. 일단 노동자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과 연봉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일정하게 돈을 지급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 하지만 <게 가공선>에서의 노동자들은 어떠한 기준도 없이 그저 주는대로 받아야만 했다. 누구하나 뭐라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왜냐하면 어떠한 '기준'이 없었고 그땐 다 그랬으니까...
게잡이를 떠난 가공선. 그 배 안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타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적은 돈을 받는지 알면서도 떠나야 했다. 그리곤 혹독한 노동을 바쳐야 했다. 아파도, 힘들어도 감독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노동자에게 폭행을 가했다. 뼈를 짜내는 노동과 강압적인 분위기, 그래도 일은 멈추지 않는다. 체력의 한계에 봉착한 노동자들은 하나둘씩 감독에게 피곤함을 호소하지만 덕분에 노동시간만 늘었다. 참고 참은 노동자들은 한가지 고안을 짜낸다. 바로 다 같이 태업을 하는 것이다. 감독이 뭐라고 하든 말든 그들은 힘을 아끼며 천천~히 일을 하며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자 단결하여 파업을 시도한다. 결국 파업은 실패로 끝나지만 그들은 실패를 경험으로 부당함을 호소하는 방식을 배운 것이다.
<게 가공선>은 131페이지다. 커피 한잔을 느긋하게 마신다면 금방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예나 지금이나 파업하는 형태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적은 임금, 노동 착취, 비인격적 대우 등 점차 심해지며 불만이 쌓이다 이내 모든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호소하는 것.
나도 게 가공선의 노동자들과 같은 처지다. 같은 노동자이며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다. 그런데 나도 그들처럼 부당한 대우에 항의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가끔 TV나 잡지에서 보던 회사 내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며 자신의 권리를 찾아달라 요구하는 사람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사람처럼, 나 역시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장담은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월급쟁이들은 혹시 모를 보복이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진 못할 것이다. 이런 마음을 먹는 것도 세상이 아직은 <게 가공선>이 출판 금지 당한 1930년대나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뭉쳐야 한다.
부당하면 부당하다 외치고 싫으면 싫다고 외칠 수 있는 권리.....하지만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