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卍).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무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춘미.이호철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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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탐미주의의 대표 다니자키 준이치로. 탐미주의 문학에 자신의 한평생을 바쳤던 그는, 일본 최초 노벨문학상을 받을 뻔했지만 아쉽게도 그전에 생을 마감했다.

아름다운 여성을 숭배하는 그의 사상은 우리에게 조금 낯선 것으로 다가온다. 지금껏 이런 문학이 대중으로 많이 퍼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지 모른다. 그의 작품의 진수를 만나기에는 말이다.

절세미인을 곁에 둔 노인 구니쓰네 . 나이 차가 무려 약 60살이나 되지만 행여나 날아갈까 업어갈까 전전긍긍하며 어여쁜 부인을 모시고 있다. 잠을 잘 때도 부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 불을 켜놓고 일어날 때까지 품에 안고 있을 정도였다.

절세미인에겐 항상 파리들이 들끓는 법. 미모의 소문을 듣고 한 사내가 호기심을 보인다. 늙은이보다 신분이 높은 시헤이. 일부러 그 노인네에게 접근해 집으로 초대받게 된다. 사내는 온갖 감언이설로 노인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늙은 자신을 높여주자 몸들 바 몰라 하며 기분이 한껏 고조돼 평소와는 다르게 대취하게 된다. 너무 기쁜 나머지 노인은 사내가 원하는 선물 하나를 말하면 주겠다고 하고, 사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아내를 가리킨다. 순간 술이 확 깬 노인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과연 그 사내에게 아내를 바칠 것인가? 아니면 위기를 지혜롭게 넘길 것인가? 궁금해요?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

인간의 심리를 이토록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가 또 있을까 싶다. 자신의 예술성을 지키기 위해 일에 방해가 된다며 아내와 자식도 내친 이 파렴치한 작가. 자신의 예술적 감각과 팔팔한 본능을 유지하기 위해 미인만을 추구한 작가. 비록 그렇게 부인과 이혼을 하지만 그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문학에 정진한다. 아름다운 여성만을 존경하며 자신의 인생까지 바친 작가. 그에게 소설이란 자기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아름답고 슬픈 이 소설을 당신이 억누르고 있는 본능에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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