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여인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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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인>은 추리소설팬이라면 기본적으로 읽어야 할 리스트 중 단연 첫 번째가 아닐까?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 불리는 <환상의 여인>은 추리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의 집합체다. 반전, 트릭, 범인, 구성 등 어떤 요소 하나 이유 없이 들어간 것은 없었다. 예전 책으로 보긴 봤지만 정독은 하지 못했다. 번역의 직역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편집도 엉성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같은 책이라도 10년에 한 번씩은 다시 번역을 해서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흔히 쓰는 언어도 영향을 받는다. 같은 말이라도 뉘앙스라는 게 천지차란 얘기다. 고전 추리소설이지만 오랜만에 술술 읽혔다.

 

<환상의 여인>은  처음부터 주인공의 알리바이가 되는 사건 시간대의 행동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떤 낯선 여인과 공연을 보고 밥을 먹고 택시를 탄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부인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유력한 용의자는 남편. 왜냐하면 우리가 본 알리바이와 그의 행동을 뒷받침해 줄 증언들이 하나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밥을 먹은 레스토랑에서 동행한 여인을 보지 못했다고 하고 공연에서도, 택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증언이 나왔다. 분명 함께한 여인이 있었음에도 모두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에 보여준 주인공의 행동들은 작가의 의도적인 거짓이었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주인공에 대해 증언했던 사람들이 마치 짜맞춘 듯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여기서 독자라면 생각이 많아진다. 이럴 때 하는 말이 '미치고 환장하겠네!'라고 밖에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_@;;

주인공은 사형을 선고 받고 항소도 기각 당한다. 그날 데이트했던 낯선 여인만 나타나 준다면 협의를 벗을 수 있지만 그 증거는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심지어 주인공까지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단, 큰 오렌지색 모자를 쓴 기억만 남아 있다. 이런 아이러니 한 상황에서 사형날만 다가오는 주인공은 어떤 선택권이 남아 있을까? 

 

사형을 선고 받고 귀신에 홀린 주인공에 기분은 어떨까? 자신의 알리바이가 증명되지 못해 살인자가 된 말도 안 되는 상황. 추리소설이 그렇듯 이토록 알 수 없는 일이 터져야 뭔가 돌파구가 나오기 마련이다. 읽는 나도 어떻게 실마리를 풀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작가는 사형 날짜에 맞춰 서서히 끈을 풀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느슨하게. 조금씩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페이지 속도는 빨라진다. 그리고 마지막 쿵!!!! 그 반전은 고전이지만 기가 막혔다. 시시할 것만 같던 그 사건이 사실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추리소설의 특징! 어떤 사건이든 다 그만한 이유가 명확하게 제시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상황,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납뜩하지 못한다면 시시한 3류 추리소설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도 상당히 탁월했다. 역시 세계적인 추리소설은 기본기는 물론 마지막 반전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흠...역시.....^^

 

사라진 여인, 아내를 죽이고 싶은 남편, 양심있는 경찰, 사랑의 장난, 배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 전에는 끝나지 않는 이 책.  <환상의 여인> 정말 마음에 든다! 추리소설의 맛을 모르겠다는 분에게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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