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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이라가 주장하다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평점 :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면서도 줏대를 잃지 않고 묵직한 직구로 마지막까지 나아가는 책은 처음이다. 분명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몇 번은 흔들릴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역시 작가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라는 제목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주장하다’라는 표현을 잘 쓰는 것도 아니며 쓴 다 해도 자신이 누군가를 향해 강력히 어필할 때 우린 ‘무엇 무엇을 주장하다’라고 쓴다. 하지만 요즘같이 스마트하고 소프트한 시대에서 굳이 주장하다, 라는 단어까지 쓰는 것은 그만큼 절실하고 절박하다는 표현을 간접적으로나마 나타내준다.
그렇다면 페레이라는 무엇을 주장하는 것일까? 독재 정권 하에 살고 있는 문화부 기자 페레이라. 그는 지식을 가진 교수이자 글을 쓰는 기자이다. 말 그대로 한 시대에 손에 꼽히는 지식인이다. 그에게 삶이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집에 돌아오면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하루 일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페레이라가 어느 날부터 억압받고 있는 사회에 눈을 뜬다. 딱히 외면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사명감과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성적인 그에게 정권에 대항하는 힘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런 와중에 자신의 밑에 두던 수습기자로 청년이 비밀경찰에 고문당하다 죽는 것을 보고 자신이 가진 막강한 무기로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다음날 신문으로 이 사실을 낱낱이 까발리고 미련 없이 외국으로 망명을 떠난다.
언젠간 잡지에서 본 기사가 생각난다.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싸우는 와중에 그를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내가 지금 당신들 때문에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당신들은 알고나 있나?”
우린 지금 아무렇지 않게 일정 나이가 차면 선거권을 가지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투표할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옛날 지구 어디에서 누군가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지금이 된 것이다.
자유는 또 어떤가? 민주주의는?
이 모든 게 누군가의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삼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꼰대같은 소리한다 하겠지만 팩트인걸 어쩌겠나? 언젠가 나도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고 당신도 마찬가지다. 페레이라처럼 목숨을 잃을지 모른 채 용기를 낼 수도, 그냥 침묵할 수도 있다. 그건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그 선택에 역사는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