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바에 있다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난 이제까지 탐정 소설들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다 비슷비슷한 취향을 가진 탐정들이 어쩌면 뻔한 결말을 향해 요리조리 돌려가며 사건을 요리하다가 마지막쯤 되서 짠! 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유치해서 도무지 두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쉽게 질려하는 성격 때문인 것도 한 몫하겠지만 어쩐지 줄줄이 비엔나처럼 늘어져 있는 활자를 눈으로 좇으며 읽어가는 동시에 머릿속에 트릭을 생각하며 동시에 풀어내는 게 귀찮아서였을지 모른다. 암튼 일정한 틀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누군가는 반드시 풀어내고 해결해야만 끝나는 그런 탐정 소설들은 좋아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라고 고백해 본다.

 

그런데....

<탐정은 바에 있다>의 깡다구 있는 탐정놈은 완전 내 스타일이다. 이 책을 처음 알았던 건 9월 일본여행에서다. 지나가다 한 서점에 들렀는데 마침 <탐정은 바에 있다>가 영화화되어 막 인기를 끌던 때였다. 이곳저곳이 <탐정은 바에 있다>로 도배되어 있었다.

 

우연이었을까?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보고 남녀 주인공을 열열히 사모하고 있었다. 그 남자 주인공이 바로 영화 남자 주인공 오오이즈미 요다. 스스로 망가지며 분위기를 잡는, 식식하지만 마음이 여린 성격을 가졌다. 물론 드라마 극중에서.연기를 뛰어나게 해서 그런지 드라마 케릭터가 오오이즈미 요라 각인이 된터라 <탐정은 바에 있다>의 탐정 또한 그런 놈이라 생각하고 말았다. 그렇다보니 이 영화가 궁금했는데 국내엔 개봉하지 않았다.-_-; 문의도 해봤지만 개봉될 예정엔 없단다...

젠장..-_-; 그렇게 잊혀져있었는데 영화보다 원작이 먼저 머리를 들고나왔다. 뭐 영화보단 원작이 훨씬 낫지 않겠어?^^

 

작가 아즈마 나오미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삿포로 토박이로 살고 있다. 삿포로 지역의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로 12편이 나왔고 그 중 <탐정은 바에 있다>는 첫 번째 편이다. 스스키노는 삿포로시번화가다. 우리 나라로 말하자면 명동쯤 될 거다. 밤이면 휘황찰란한 불빛들과 삐끼들이 때로 몰려다니며 손님들을 유혹하는 도시다. 이거 또 우연인가? 9월 일본 여행에서 내가 간 곳이 바로 삿포로의 스스키노 거리였다.ㅎㅎㅎ 이거 내가 왠지 탐정인 된 듯한 기분인데? 키키키키..

대학교 때 하루키를 만날 수 있을까 해서 객기로 도쿄로 무작정 간 적이 있었는데(참 무식했지.ㅎㅎ) 도시만 보다보니 시골이 가고 싶었다. 그러다 눈에 띈 곳이 바로 삿포로였다. 사실 삿포로 맥주가 먹고 싶다!, 고하면 뻥인가?^^

암튼 반가운 마음에 <탐정은 바에 있다>를 읽기 시작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탐정 소설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별 기대 없이 봤다. 수십 편이 동시에 출간되었다면 보지 않았을 수 있지만 첫 편이라 부담없이 읽.........었.........다......가....푸풋...

역시 깡다구 있는 탐정은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가 어쩜 그렇게 나하고 그리 잘맞는지. 읽는 내내 하는 행동에 웃었다. 그러면서 바에 그렇게 가고 싶어졌다. 평소 바에는 거의 가지 않던 내가 바가 땡기다니, 이것 참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탐정은 아침에 일어나면 샌드위치에 칵테일을 한 잔하시고 다시 자리를 옮겨 당골 바에 가서 위스키에 위장약을 섞어 한번에 털어 넣는다. 술과 함께 위장약이라니...이거 보통 놈이 아닐세. 그리고 친구들과 잡담을 하다 다시 자리를 이동, 칵테일과 위스키를 마신다. 좀 알딸딸하다 싶으면 다른 곳으로, 다시 술을 마신다. 이게 거의 일상이다보니 뭘해서 돈을 버나 싶었다. 바와 바 사이에 이동할 동안 짬짬이 알바를 뛰는데 술 취해 덤탱이 쓴 사람들 외상값을 대신 갚게 해주고 중간에 커미션을 받는다. 일은 간단하다. 그 돈으로 가끔 도박도 한다. 이래저래 움직이면 몇 만엔을 번다. -_-;;

 

스스로 탐정은 아니란다. 그런데 사건은 맡는다. 그러니까 탐정이다? 라고 하면 또 아니란다.하하.. 너무 놀렸나?^^

바에서 위스키를 들이키는데 어떤 대학생이 탐정은 찾아와 부탁을 한다. 같이 동거하는 여친이 어느 날 사라졌으니 찾아달라는 의뢰. 황당한 탐정은 거절하려 하는데 알고 보니 같은대학교 출신의 후배라 거절하지 못하고 승낙한다. 별거 아니겠거니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여친. 슬슬 지기게를 펴고 주변 사건들을 샅샅이 뒤진다. 겉은 멍청해 보이지만 실력은 있으신가 보다. 술을 마시면 왠지 더 잘하는 듯...(신기한 놈일세..*_*) 그러다 주변 러브모텔에서 살인사건을 유심히 지켜본다. 연관을 찾지는 않지만 그 여대생 집을 수색해보니 며칠 간격으로 거액이 입금된 사실을 알게 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를 대신해 사건을 추적한다.....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지만 예리한 감각을 지녔고 싸움도 좀 한다. 술을 좋아하지만 정신은 멀쩡하고 탐정은 아니라지만 사건을 다루는 솜씨가 형사 뺨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지역 야쿠자들도 이 탐정을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 이런저런 걸 보면 숨겨둔 뭔가가 있을 것 같지만 자나 깨나 술만 마시니 이거 뭐 파헤칠 수가 있나..ㅎㅎㅎ

읽는 동안 술이 마시고 싶어 미치게 만든다. 칵테일, 위스키, 맥주....요즘 내가 꽂힌 삿포로 맥주를 하루 몇 캔씩은 마셨다. 이상하게 내가 탐정을 따라 하는 것 같았지만 맛있는 걸 어쩌겠나?^^

그나저나 이런 성격을 가진 남자 있음 정말 평생 우정을 약속할 수 있겠는데 말이지...에이...술이나 한 잔 하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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